염전·농업·에너지 수확 한번에…인구소멸지역서 기후테크 실험

신안군, 2030년까지 원전 10기 규모 재생에너지 생산 목표
영광군, 국내 최초 '영농형 태양광' 추진…'햇빛 연금'은 덤

25일 전남 신안 임자도에 태양광 집열판 22만개가 설치돼 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신안·영광=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서울에서 버스로 6시간, 광주에서 2시간을 달려 25일 전남 신안군의 서쪽 끝에 도착하자 끝이 보이지 않는 '검은 밭'이 펼쳐졌다. 가로 1m, 세로 2m 크기의 태양광 집열판 21만 8400개가 설치된 이곳은 축구장 120개 면적에 연간 13만 MWh의 전력을 생산하는 태양광 단지다. 신안군 주민들 전기 소비량의 170%에 달하는 양이다.

임자도 태양광발전소(100MW)는 2022년 9월 상업 운전에 들어가 올해 2년 차 가동 중이다. 햇볕과 바람이 좋아 소금으로 유명했던 신안군은 전라권 재생에너지 거점이 됐다.

건물 5층 높이에서도 지평선 끝까지 이어진 태양광 패널이 보이지만, 이 단지는 최대 규모가 아니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신안군에는 이와 같은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가 4곳 더 있고, 소규모까지 합하면 1800곳이 넘는다. 내년에는 전국 최대 규모인 200MW급 비금도 태양광발전소도 본격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신안군은 2030년까지 10GW의 태양광과 해상풍력을 유치하는 게 목표다. 원전 10기 규모의 재생에너지가 생산되는 것이다.

다만 전력 계통에 한계가 있어서 적시에 시설이 들어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무리 많은 전력을 생산하더라도 이를 수도권이나 산업단지 등에 이어줄 '전력망'이 없다면 활용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올해 초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는 신안군 내 발전단지 건설을 '계통(전력망) 보강'이 필요하다는 한국전력공사 의견을 붙여 조건부로 허가했다. 이 때문에 추가적인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진입은 2031년 이후에나 가능한 상황이다.

임자도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는 해솔라에너지의 이동욱 소장은 "지역 인구 소멸과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전력을 많이 쓰는 데이터 센터 등을 지역에 유치하면 계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도와 중앙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이동욱 해솔라에너지 소장이 25일 임자도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량을 설명하고 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계통 문제나 전력 활용 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으면 기존에 재생에너지 사업을 해오던 지역 외에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불가능하다. 관련 기후테크 육성도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

내년 초 첫 시험 가동을 추진 중인 전남 영광군 염산면 월평마을의 국내 최초 '영농형 태양광'도 마찬가지다. 영농형 태양광은 기존에 논농사를 짓던 곳에 3~5m 간격으로 태양광 집열판을 설치해 지상에선 그대로 농작물을 재배하고, 그 위로 태양광을 생산하는 기법이다.

이 기법은 전남 농업기술원과 영남대, 완주 식량과학원 등에서 2021년부터 실증사업을 거친 뒤 올해 발전사업·개발행위 허가를 얻어 11월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다만 전력 계통 연계 여부는 불투명하다.

사업 시행을 맡은 승화기술의 서천일 이사는 "통신망은 통신사가 싫다면 다른 회사로 교체할 수 있는데, 전력은 한전에서 안 된다고 하면 (생산해도) 거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 사업은 지역 주민 참여사업으로 추진돼 총사업비가 50억원으로 추계됐다. 전력 계통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투자금 회수에 한계가 있다.

사업 추진을 주도한 강종오 월평발전조합 조합장은 "노년층만 남은 지역사회의 소득 증대를 위해서라도 정부가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 그게 국민 복지"라고 주장했다.

한편 신안군과 영광군 등 전라권 곳곳에 발전소가 들어오면서 주민에겐 새 '연금'이 생겼다.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주민공유제(주민이익공유제)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해 주민 참여(투자) 시 수익률을 높여주는 제도(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로 주민들이 배당금을 받는 것이다.

신안군의 경우 태양광발전소 근처(100m)에 사는 경우 월 50만원, 가중치에 따라 연 최대 6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만 18세 미만 아동·청소년에겐 연 80만원의 '햇빛 아동수당'도 준다.

다만 이것도 태양광과 풍력 등에 좌지우지된다. 올해의 경우 햇볕이 지속되는 시간이 줄어 금액이 30%가량 깎이기도 했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