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폭염에 한라산·지리산·덕유산 '지각 단풍'…단풍구경 언제쯤?

이번 주말 최저 7도까지 '뚝'…단풍구역 빠르게 늘 듯
소백산 등 남부, 주말 전후 첫단풍 가능성…이후 빠르게 '만개'

한라산국립공원 천아계곡에서 탐방객들이 가을 단풍을 즐기고 있다.2023.10.29/뉴스1 ⓒ News1 고동명 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강원권을 제외한 전국의 단풍이 주춤한 상태다. 지난해 이맘때면 단풍이 시작됐어야 할 한라산과 지리산 등 남부지방도 나뭇잎이 아직 푸른 빛을 띠고 있다. 기후변화 등 영향으로 초가을까지 이어진 늦더위 영향이다.

17일 기상청에 따르면 16일 오후 기준 전국 유명산 중 설악산과 치악산, 오대산 등 강원 내륙의 명산에만 단풍이 붉게 물들었다.

오대산은 단풍 '절정'이고, 설악산과 치악산은 첫 단풍이 든 뒤 단풍이 든 면적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주요 산 중엔 설악산이 4일 첫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오대산은 8일, 치악산은 11일 첫 단풍이 들었다.

기상청과 국립수목원 등에 따르면 첫 단풍은 산 정상부터 20%가량 물들었을 때, 절정은 80%가량 물들었을 때다.

경상권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곳곳에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으나, 산에 불이 붙은 듯 빨갛게 물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16일 오후 기준 전국 단풍 현황. 설악산과 치악산 등 강원권을 제외한 전국이 '단풍 전'이다. ⓒ 뉴스1

평년이라면 벌써 남부지방 단풍이 시작했을 시기다. 평년(1991~2020년) 첫 단풍 관측 기록을 보면 소백산(9일)과 지리산(11일), 한라산·속리산·가야산(14일) 등에 이미 첫 단풍이 선언됐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그렇다. 지난해엔 한라산(10)과 덕유산(11일), 소백산(12일) 등에서 이맘때 첫 단풍이 관측됐다.

지각 단풍이 든 이유는 늦게까지 이어진 기록적 폭염 영향이 크다.

미국 농무부(USDA) 산림청 등에 따르면 단풍이 드는 속도는 낮과 밤의 기온 차이와 일조량 감소, 잎의 색소 변화 등에 따라 달라진다.

이중 낮과 밤의 기온이 평년보다 높은 게 단풍이 늦어지는 데 주요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임영석 국립수목원장은 "6~8월 기온이 평년보다 1.3도 높았고 여름이 지속하면서 단풍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주말 아침 기온이 최저 7도까지 내려가는 등 날이 크게 쌀쌀해지며 단풍이 드는 산이 늘어나겠다. 소백산 등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주말부터 첫 단풍이 들 가능성이 있다.

10월 하순(21~30일)에는 하늘이 대체로 맑고, 현재 평년(최저기온 5~14도, 최고기온 17~22도)보다 높은 기온이 평년 수준으로 내려가면서 단풍이 빠르게 확대하겠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