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채권 절반 화석연료 발전 사용…기후대응보단 '먼지저감' 집중

재생에너지 투자 4244억원…LNG 투자액 24% 불과
발전사 "친환경 전환 힘썼다" 해명…김성환 "무늬만 녹색"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청년기후소송, 시민기후소송, 아기기후소송, 탄소중립기본계획소송 관계자들이 기후헌법소원 최종 선고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News1 김명섭 기자

(세종=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전 지구적 평균기온 상승을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발행해 온 녹색채권이 화석 연료 발전에 주로 투입돼 본래 취지에 벗어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지난 5년간 액화천연가스(LNG)의 25%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전력공사(한전) 등 발전 공기업으로부터 받은 녹색채권 발행 및 집행 내역에 따르면 발전 공기업들은 녹색채권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5년간 총 3조 8248억원이었다.

이 중 LNG 설비에 투자한 돈이 약 1조 7850억원이었으며 재생에너지 신규투자는 4244억 원으로 LNG 투자액의 23.8%에 불과했다.

석탄 발전소 투자금이 2900억 원, 연료전지 8219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김 의원은 "수소연료 전지는 화석연료를 개질한 이른바 '그레이 수소'를 사용하기 때문에 LNG 발전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다"며 "온실가스 감축과 거리가 있으며 탄소중립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전력공사 한국남동발전은 삼천포 화력발전소 5, 6호기와 영흥 화력발전소 1, 2호기에 2900억 원을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 한국중부발전 서울복합화력발전소(이하 당인리발전소) 굴뚝에서 흰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 News1 박정호 기자

남동발전 측은 탈황설비와 탈질설비, 집진기 교체 등에 비용을 투입해 친환경 전환에 힘썼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김 의원실은 국제 녹색채권 가이드라인(ICMA)과 한국형 녹색채권가이드라인 기준에 벗어났다고 주장했다.

ICMA와 K-녹색채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녹색채권은 지속 가능한 환경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용돼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투자에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포함돼 있다.

남동발전이 투자한 설비는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직접적인 기여를 하지 않고 있다. 이들 설비는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대기 오염은 줄일 수는 있으나, 기후변화 완화와는 거리가 멀다.

한편 재생에너지 설비에 대한 투자는 △남동발전 330억 원 △남부발전 342억 원 △동서발전 831억 원 △서부발전 1257억 원 △중부발전 214억 원으로 LNG나 연료전지 비용 투여에 비해 미미했다.

남동발전은 녹색채권으로 확보한 자금 중 상당 부분을 신재생에너지 구매 비용 보전으로 집행했으나,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에는 465억 원만 사용해 90% 이상의 금액을 기존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구매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은 "재생에너지로 가야할 재원이 석탄발전이나 화석연료 기반의 LNG, 연료전지에 과도하게 투입돼 무늬만 녹색채권이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녹색채권 본래 취지에 맞는 투자·운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