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인제 숲을 사 마음의 짐 덜다 [황덕현의 기후 한 편]
탄소 다배출 장거리 항공 이용 뒤 산림 탄소흡수·사회환원
'책임 전가' 방편 지적도…배출 저감 항공유 기술 개발 눈길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스톡홀름=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기후 변화와 관련된 산업 전환, 에너지 및 스타트업 취재를 위해 북유럽으로 떠나면서 설렘과 함께 찜찜함을 느꼈다. 원전·재생에너지, 무탄소 전원(CFE) 전환 계획을 실행하는 스웨덴과 아이슬란드를 방문한다는 기대감이 가장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동시에 지구 반대편으로 가기 위해 탄소를 과하게 배출해야 하는 기후 악당이 된 것만 같았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항공기는 1㎞당 1명이 약 280g의 CO2를 배출하는데, 이는 자동차의 약 두 배, 기차의 5~10배에 달한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면 탄소 배출량은 0g이기 때문에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결국 마음의 짐을 덜기 위해 배출한 탄소량만큼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탄소저감활동을 위한 기부를 하기로 했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누구나 개인이 발생시킨 탄소를 상쇄할 수 있다. 스테핑이나 마이카본, 파차마 같은 기업 등은 기업과 소비자가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게 돕고 있다.
기자가 참여한 프로그램은 강원 인제군의 숲 보존 사업이었다. 이 숲을 2045년까지 개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고, 1톤(이산화탄소 상당량)당 2만 원에 탄소 흡수 구매 인증서를 발급받았다.
이 프로젝트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산림청 한국임업진흥원의 인증을 받았다. 구매한 강원 인제의 숲은 향후 30년간 1만 6000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탄소 상쇄 프로그램이 기후 위기 대응에 있어 책임을 전가하는 방편일 뿐이며, 실질적인 기후 대응책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그린피스와 클라이언트어스(ClientEarth) 같은 환경단체는 최근 '탄소 상쇄'보다는 '실질적인 탄소 배출 감축'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 단체는 "탄소 상쇄는 온실가스 농도를 실제로 줄이는 것이 아니라 배출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행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탄소배출권 구매가 저렴한 대가로 탄소 저감을 실현할 수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최근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지속 가능 항공유(SAF)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안광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팀은 LG화학과 협력해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SAF 촉매를 개발했다. 이 촉매를 통해 생산된 항공유는 기존 화석연료 기반 항공유에 비해 최대 80%까지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ACS Catalysis'에 게재돼 그 신뢰성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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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이제 모두의 '조별 과제'가 된 이 문제는, 때로 막막하고 자주 어렵다. 우리는 각자 무얼 할 수 있을까.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