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뫼의 눈물' 20년…스웨덴 조선업, 탄소중립 신기술로 재도약

[북유럽발 기후 미래]②따개비 붙지 못하게 해 에너지 효율 향상
접이식 'AI 첨단 돛' 설계…국내 선박사·출연연 공동연구도

편집자주 ...전 세계가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중요한 변곡점을 맞았다. 재생 에너지만으로는 빠르게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기에 한계가 있어 원자력 발전이 불가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친환경 첨단 기술은 막 활발한 논의가 시작됐다. 기후·환경 선진국 북유럽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본다.

단 이삭손 아이테크 화학 수석(이학박사)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예테보리의 본사 사무실에서 친환경 방오제 셀렉토프를 보여주고 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예테보리=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말뫼의 조선소 마지막 크레인이 철거될 때 주변에서 눈물을 흘렸다는 상황에서 유래된 '말뫼의 눈물' 스웨덴 조선업이 되살아나고 있다. 선박 수주가 아닌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해운 탄소중립' 관련 산업을 다수 육성시키면서다.

"선박 방오 페인트의 0.1% 미만 농도만 섞어도 배 표면에 따개비가 붙지 않습니다. 항해 간 저항을 감소시켜 연료 소모를 최대 30%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선사에 이익입니다. 아울러 연간 1억 1000만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고요."

지난달 30일, 단 이삭손(Dan Isaksson) 아이테크(I-Tech) 화학 수석은 스웨덴의 부산 격인 예테보리의 생명과학·보건 클러스터 고코(GoCo) 에서 셀렉토프(Selektope) 가루를 들어 보이며 이같이 말했다.

아이테크가 개발한 셀렉토프는 일종의 방오(Antifouling) 소재다. 선박 페인트에 섞어서 따개비가 들러붙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이삭손 수석은 "따개비 유충의 신경계를 자극하는 방식을 활용해 생물을 죽이는 다른 방오소재와 작동 방식이 다르다"며 강화한 유럽연합(EU) 환경규제에도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이 기술은 예테보리 거점대학인 예테보리대에서 2000년 개발했고, 아이테크가 2011년부터 본격 사업화했다. 현재 2500대 이상 선박에서 셀렉토프를 사용 중이다. 페르 스벤손 아이테크 총괄이사는 울산항 방문 때 사진을 보여주며 "한국의 항만에도 여러 종류 따개비가 있기에 (셀렉토프 같은) 특수 방오 페인트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스웨덴 방오 소재 기업 아이테크(I-Tech)가 개발한 셀렉토프(Selektope)의 원리 ⓒ 뉴스1

다만 국제 해양산업 분석업체 '해운 기술'(Ship Technology)에 따르면 셀렉토프는 주로 따개비에만 효과적이다. 황동수 포항공대 환경공학부 교수팀의 홍합·오징어 방오 소재나 중국 하얼빈공대·칭화대 연구팀의 실리카 나노 코팅 등과 기술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스벤손 이사는 "배에 들러붙으려는 생물을 죽이지 않고 막아주는 건 셀렉토프가 유일하다"고 주장했다.

스웨덴은 또 풍력 기반의 날개형 돛 기술을 통해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을 육성 중이다. 스웨덴 국립연구원(RISE)의 연구·사업화한 돛단배는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하고,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라르스 구스타프손 RISE 해사부문 부사장은 "풍력 발전을 통해 전력을 생산해 배에 충전한다면 계통과 저장, 활용 등 중간 단계에서 손실이 크다"며 "배에 직접 돛을 달면 에너지 생산 현장에서 바로 쓰다 보니 에너지 손실이 생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스웨덴 왈레니우스 해운이 스웨덴 국립연구원(RISE) 해사부문과 협력해 개발한 '첨단 돛' 탑재 선박 '오션버드' 모습(The Ocean Bird 홈페이지) ⓒ 뉴스1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스웨덴 왈레니우스 해운은 RISE가 개발한 이 기술을 탑재한 선박 '오션버드'를 건조해 기존 선박 대비 최대 90%의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있다. 핀란드 노르스파워, 프랑스 네오라인 등 선사도 돛 기술을 자사 선박에 탑재했다.

이런 '첨단 돛단배'는 전 세계 30대 수준에 그치고 있다. 돛만 활용할 경우 기상 조건에 따라 항해 시간이 변동될 수 있다. 실제 오션버드는 대서양을 건너는데 연료 선박보다 4일이 더 걸렸다. 일반 선박보다 돛 비용이 들기 때문에 초기 비용 투자가 불가피하다.

이에 대해 페르 튀넬 왈레니우스 이사는 "연료 사용에 따른 탄소 배출량에 비용을 매길 경우 (첨단 돛단배를 활용한 선박의) 운영 비용이 오히려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탄소중립·저탄소 선박에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RISE는 첨단 돛단배 외에도 해운 산업 분야 탄소중립 기술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서울대나 부산대 등과 연구 협력 관계를 맺고 삼성중공업이나 한화오션, 한국가스공사, 현대중공업 등 주요 조선사에 탄소포집·저장 기술(CCS)과 스마트 그리드를 연계한 친환경 선박 개발을 추진 중이다.

정부도 RISE와 기술 협력을 선도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은 해양수산부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KOMERI) 등은 지난해 RISE와 첨단 모빌리티 업무협약을 맺었다. 전윤종 KEIT 원장은 "혁신 강국 스웨덴과 산업 기술 협력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4년 KPF 디플로마 기후변화대응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보도됐습니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