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다시 조정한다…"여름 길어지고 겨울 짧아져 논의 불가피"

1979년 서울대 교수가 계절 분류 뒤 45년간 활용

대구 달서구 테마파크 이월드를 찾은 시민들이 좀비 공포체험을 즐기고 있다. 2024.9.8/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계절의 정의·길이가 조정될 전망이다. 역대급 폭염·무더위 속에 일반이 체감하는 계절과 학술·행정적 계절 사이 간극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여름을 1개월가량 늘리고 가을은 1주, 겨울은 최소 2~3주 줄이는 방안이 유력하다.

13일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계절별 길이를 조정하는 방안을 내부 논의 중이다.

우리나라는 기상학적 여름 시작을 일 평균기온 9일간, 이동 평균한 값이 20도 이상 올라간 뒤 다시 떨어지지 않는 때로 보고 있다.

같은 방식으로 봄은 일평균 기온 5도 이상일 때이고, 가을은 20도 미만, 겨울은 5도 미만 등이 기준이다.

기상청은 이를 토대로 봄철을 3~5월, 여름철 6~9월 등으로 분류해서 계절 특성을 분석해 왔다. 한국의 계절 분류는 1979년 이병설 전 서울대 지리교육과 명예교수가 고안한 뒤 약 45년간 크게 바뀌지 않고 사용했다.

행정과 산업 전반에 기존 계절 개념이 널리 사용되고 있는 점도 계절 개념이 쉽게 조정되지 못하는 제약이 됐다. 동·하계 방재 기간이나 방역 대책 기간 등은 기존 계절 개념에 따라 설정돼 있어서다.

다만 최근 지구 온난화로 한반도 아열대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며 여름철은 길어지고, 겨울은 짧아지고 있어 계절 조정 논의는 불가피하다.

장동언 기상청장은 "각계 전문가들과 여름을 포함한 한반도의 계절별 길이 전반에 대한 재설정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기후변화 추세에 따르면 세기말까지 보면 현재 기준으로 5월 초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여름철이 늘어날 수 있다.

기상청 기후변화 상황지도에 따르면 2050년께인 21세기 중반에는 현재 97일 안팎인 여름철이 117~131일까지 늘어나고, 21세기 말인 2100년쯤엔 여름철이 129~169일까지 늘어날 수 있다.

반면 겨울은 절반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21세기 후반기 겨울철 길이는 현재 107일에서 40~82일까지 짧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