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가을 태풍 올까…해수면 온도·고기압 움직임 '변수'
"짧은 시간 빠르게 들어오는 태풍 주의해야"
물러나있는 북태평양 고기압 확장하면 태풍 길 한반도로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8월 말까지 발생한 총 10개 태풍 가운데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태풍은 제9호 태풍 '종다리'다. 종다리도 다행히 일찍 세력이 약해져 전국에 많은 비를 뿌리긴 했지만 피해가 크진 않았다.
전문가들은 한반도를 둘러싼 고기압 때문에 당장 강한 태풍으로 들이닥칠 가능성은 작지만 엘니뇨가 라니냐로 바뀌면서 태풍의 경로가 한반도를 향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23일 기상청에 따르면 일본 혼슈 지방 오사카를 향하는 제10호 태풍 '산산' 이후 아직 태풍 발생 전망은 없다. 수일 내 태풍이 될 수 있는 열대저압부도 태풍이 발생할 수 있는 북위 5~20도 해역에 없는 상태다.
태풍은 기압계 배치나 돌풍 등에 의해 순식간에 발생할 수 있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앞으로 몇 개 태풍이 언제 발생할 것이라고 단언하는 건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8월 말 이후 발생하는 태풍은 한여름 발생했던 태풍보다 강할 것으로 보인다. 태풍의 에너지원이 되는 해수면의 증발이 가장 활발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동북아시아의 해수면 온도는 9월 중 정점에 이르러 최대 풍속이 강하고 규모가 더 큰 태풍으로 발달하기에 적합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전 지구적 바다 상태의 변화도 동북아행 강한 태풍 발생을 부추긴다. 기상청은 지난해부터 시작한 엘니뇨가 끝나고 중립 혹은 라니냐로 상태가 바뀌고 있다고 관측했다. 라니냐 전환 시 서태평양이 더 따뜻해지고 있어 많은 수증기를 머금은 강력한 태풍 발생 가능성이 함께 커진다.
엘니뇨는 '북위 5도∼남위 5도, 서경 170∼120도'의 감시구역 내 해수면 온도가 3개월 이동평균으로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현상이 5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이다. 라니냐는 그 반대로, 기온이 평년보다 0.5도 낮은 상태다.
강남영 경북대 지리학과 교수는 "태풍이 (한반도로) 들어온다면 굉장히 강하게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의 경우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들어오는 태풍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풍 진로는 확장하는 대륙 고기압과 수축하는 북태평양 고기압 영향을 크게 받겠다. 한반도에서 여전히 '이불' 역할을 하는 북쪽 대륙(티베트) 고기압과 남쪽에 살짝 물러난 상태의 북태평양 고기압 영향에 따라 내침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
8월 중 동북아에서 발생했던 손띤과 암필과 우쿵, 산산은 모두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일본행을 택했다. 종다리 발생 시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 인근까지 확장해 국내 직접 영향권에 들었다.
결국 무더위·열대야를 유지시키고 있는 고기압의 확장 정도가 '태풍의 길'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셈이다.
기상청 장기전망에 따르면 9월 둘째 주까지는 북태평양 고기압 확장에 무더위가 태풍보다 우세하다. 특히 첫째 주에는 날이 평년보다 무더울 확률이 60%까지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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