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로 블랙아웃 막는다…국내 유일 제주 실증단지 첫 공개
지하 30m 지하수서 에너지 끌어올려 온실 4개동 9시간 데워
물이 '에너지 탱크'…삼다수 오염 우려 '지하수열' 방식 시도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제주=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제주 지하 30m의 지하수 수온에서 200톤가량을 길어 올려 하우스 농가에 보급하는 겁니다. 온풍기를 만져보면 따뜻한 바람이 느껴지실 겁니다."(김영민 제주에너지공사 지역에너지연구센터 선임연구원)
낮 최고기온이 32.9도까지 올라갔던 9일, 제주 한림읍 제주서부농업기술센터 온실 안은 후끈했다.
비닐하우스가 열을 가두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온실 가운데 가로세로 50㎝ 넘는 환풍기가 계속 돌며 더운 바람을 공급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제주농업기술원 서부센터에 진행 중인 재생에너지 출력 제한 P2H 기술 개발·검증 사업이다.
P2H(Power to Heat)는 전기에너지를 열에너지로 저장해 활용하는 기술이다. 생산한 전기를 전지 등에 보관할 수 있는데 그 전지를 비열이 높은 '물'로 대체한 셈이다.
제주 지하 30m 아래 지하수는 연중 15도로 유지된다. 이 에너지를, 냉매를 통해 끌어올린 뒤 저장소 격인 '수축열조'에 가뒀다가 히트펌프 등을 활용해 공급하는 게 이 연구의 핵심이다. 현재 200톤 용량으로는 제주서부농업센터 온실 4개 동을 40도대로 9시간가량 데울 수 있다.
P2H 연구는 특히 재생에너지 시대에 중요하다. 풍력과 지열, 태양광 등 한번 설치해 둔 재생에너지 설비가 일순간 정전하는, 이른바 블랙아웃(Blackout)을 막기 위한 대비책이다.
에너지는 용량 이상 사용하려고 할 때 블랙아웃 된다. 다만 일정 용량 아래로 사용량이 떨어져도 블랙아웃 가능성이 있다. 최소~적정 용량을 사용하는 게 중요한데 P2H가 안정기 역할을 하는지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제주 사업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지하수열'을 활용한 재생에너지 저장 사업이기도 하다. 김 선임연구원은 "지열 발전의 경우 열 교환을 위해 뚫은 곳에 시멘트를 채우는데 물이 귀한 제주에서는 용수 오염 가능성 등에 민감하다 보니 새로운 열 교환 방식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사업은 2022년 시작돼 올해 5월 구축됐고, 현장이 언론에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비 74억 4000만 원 등 총 93억 4000만 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에는 한화에너지와 제주대 산학협력단,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이 참여했다.
제주에너지공사는 자체 개발한 플러스DR(Demand Response)을 활용해 전력거래소 수요관리시장에 참가할 예정이다. 플러스DR은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증가하여 잉여전력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간에 전기를 사용하면 전기요금을 할인하거나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다.
제주도는 향후 농가 등에 P2H 시설을 보급해 농가의 전기요금을 줄이고, 탄소중립 시대 재생에너지 확대에 발맞춰 해당 시설을 활용한 농가가 새 수익원으로 만들 수 있게 하겠다는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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