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날씨의 아이'…인류 무력함 그려[황덕현의 기후 한 편]

기적으로도 도쿄 침몰 못 막아…기성세대 노력 필요성 강조

편집자주 ...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이제 모두의 '조별 과제'가 된 이 문제는, 때로 막막하고 자주 어렵다. 우리는 각자 무얼 할 수 있을까.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영화 '날씨의 아이' ⓒ 뉴스1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가뭄에 대비하려는 인간의 시도 중 하나가 '비구름 씨앗'을 만들어 뿌리는 인공강우 기술이다. 인공강우는 구름 속 습도가 100% 정도일 때 비가 내리게 한다. 공중에 구름 입자를 잡아당기는 미세한 물질을 뿌려 구름 입자가 뭉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기술도 임시 방법에 지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인공강우를 사용해 경기 일정에 맞춰 비를 조절하려 했지만, 한정된 지역에만 효과가 있었다. 전체적인 기후 시스템에 끼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작품, 일본 애니메이션 '재난 3부작' 중 마지막 편인 '날씨의 아이'에는 이런 내용을 함축적으로 묘사하는 대사가 나온다. "날씨라는 건 하늘의 기분이야. 인간은 상관없어."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를 묘사한다. 날씨와 기후는 인간의 의지나 노력으로는 쉽게 변하지 않는 거대한 자연의 힘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체념이나 한계에만 머물지는 않았다. '기후 재난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상상력은 '기도'로 이어진다.

'날씨의 아이'는 날씨를 맑게 할 수 있는 소녀와 가출 청소년의 성장 드라마다. 기후 변화와 자연재해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 인간의 의지를 그려낸다.

주인공인 고등학생 소년은 지루한 장마를 피해 섬을 떠나 도쿄로 온다. 그곳에서 그는 날씨를 맑게 만드는 능력을 갖춘 소녀를 만나게 된다. 이 소녀는 '맑음 소녀'로 불리며, 그녀의 기도로 하늘이 맑아지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 둘은 도쿄에서 함께 일하며, 비 내리는 날씨를 맑게 해주곤 한다.

영화 '날씨의 아이' 속 물에 잠겨버린 도쿄 일대 ⓒ 뉴스1

이 능력에는 한계가 있었다. 도쿄에는 3년간 지속되는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고, 결국 도시 전체가 물에 잠기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도쿄가 수몰됐고, 인류 문명은 큰 타격을 입었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두 주인공은 "우리는 괜찮을 거야"라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이들은 단순히 날씨를 조절하는 능력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인간이 가지는 희망과 용기를 이야기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기후가 굉장히 많이 변했다는 걸 실감했기 때문에 영화를 만들었다"며 "기후 문제는 어른 탓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했다.

맑음 소녀의 기도는 기성세대가 해야 할 노력과 아동 청소년 세대의 '바람'을 함축한 것이다.

기후 재난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9월쯤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 '기후 헌법 소송'이나 제22대 국회에 발의된 기후위기적응법,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안 등에 주목하는 이유다.

'날씨의 아이' 개봉 5년, 아직 도쿄도 서울도 '물바다'까지는 되지 않았으나 기후 변화로 인한 이상 기후 현상은 점점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맑음 소녀 기도의 심정으로 각 분야의 대응·적응이 필요하다.

황덕현 사회정책부 기자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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