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고 바다 건너 기후·환경 관측망 설치…韓 침범 오염원 관측

[르포] 울릉도 대기측정소 가보니…미세먼지·온실가스 감시
환경부 "7월 초 기상청과 데이터 관리·운영방안 효율화 모색"

울릉도 태하리 해양수산부 울릉도 항로표지관리소(태하등대) 내 울릉도 국가배경측정소 모습 ⓒ 뉴스1 황덕현 기자

(울릉도=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26일 울릉도 태하리 해양수산부 울릉도 항로표지관리소(태하등대) 안으로 들어서자 빽빽하게 채워진 첨단 장비가 눈에 띄었다. 동해상 단 한 군데, 기후·환경 오염원을 측정하는 '울릉도 국가배경측정소'다.

이곳에서는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를 비롯해 오존 등 온실가스와 일산화탄소, 이산화황, 이산화질소 등의 농도 변화를 관측한다. 풍향과 풍속, 온도와 습도 자료도 생산한다.

상주 인원은 없다. 대신 관리를 도맡은 한국환경공단의 대구경북환경본부 대기관리부 직원들이 2~3개월에 한 번씩 울릉도를 찾아 장비 상태를 점검한다. 이날 현장을 찾은 서명준 한국환경공단 과장은 "바람이 강해 배가 뜨지 못할 때는 입도(入島) 전부터 '무엇보다 장비가 무사했으면 좋겠다'며 기도한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한반도 극동(極東) 유일의 대기환경 측정망이기 때문이다. 동해엔 이렇다 할 섬이 없기 때문에 울릉도 국가배경측정소는 영남권에서 운영 중인 84곳 국가 대기측정망 중 유일한 도서 지역 국가배경 측정망이다.

이곳에 측정소가 들어선 것은 2001년이다. 2019년에는 전체 장비를 신형으로 교체해 동해의 오염물질 추적과 기상 정보 생산을 강화했다.

현재는 연 1회 검사기관에 정도검사를 받고 있다. '정도검사'란 설치한 지 오래된 장치가 여전히 출시 당시처럼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중간고사'다.

시험에 합격한 장치에서 생산한 자료는 현재 한국환경공단이 운영 중인 국가대기오염정보관리시스템(NAMIS)으로 수집돼 전국 대기오염도 실시간 공개 서비스 '에어코리아' 등에서 활용 중이다.

포털 사이트나 '우리동네대기정보'에서 쉽게 확인하는 대기오염 정보 관측은 실제로 '산 넘고 바다 건너' 획득하게 되는 소중한 정보인 셈이다.

울릉군 서면 태하리 대풍감 절벽 위 울릉도 국가배경측정소 모습 ⓒ 뉴스1 황덕현 기자

인접한 곳에 기상청도 비슷한 정보를 생산 중이다. 지난 1938년부터 대구지방기상청 내 울릉도 관측소를 통해 기온과 습도, 풍향과 풍속 등을 측정하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는 울릉도독도 기후변화감시소를 신설, 온실가스 관측 자료를 생산해 기후 분석에 활용하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양측은 그간 각각 취득한 기후·환경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후 데이터는 시계열이 큰 종관(從貫) 규모로 축적해 활용하기 때문에 환경부가 생산해 온 분 단위 정보와 관리·분석 방법이 달랐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상호 교류를 확대한다. 지난 국회 막바지에 통과한 '기후·기후변화 감시 및 예측 등에 관한 법률'(기후변화 감시법) 때문이다.

기후변화감시법은 기후변화 감시를 위한 관측망 구성과 기후·기후변화 예측 정보의 관계 부처 공동 활용하고, 감시·예측 정보의 전 주기적 활용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7월 1일 대전에서 열릴 환경부와 기상청, 국립환경과학원, 국립기상과학원 실무회의를 시작으로 데이터 활용 방안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의는 2050 탄소중립위원회(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기후변화위원장을 역임한 전의찬 한국기후환경원장이 주재할 예정이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