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공항 인근 '바다숲' 보전대책 없이 방치…하수처리까지 '한계'
공항 건설 시작하며 서식밀도 감소…'탄소중립'에 부정적
관광객 250%↑ 하수처리는 '제자리'…울릉군수 "시설 확충"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울릉도=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2026년 개항을 목표로 건설 중인 울릉공항 인근 '바다 숲'인 잘피류 군락이 보전대책 없이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7년 이후 울릉군 내 유동 인구는 100만 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증가한 하수 등 오염 물질은 바다 숲을 교란할 가능성이 있다.
27일 대구지방환경청과 DL이앤씨 등에 따르면 울릉공항 건설사업에 따라 한국환경연구원과 국립환경과학원 등은 울릉공항 건설이 해양 보호생물과 법정보호종 등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고, 공사 시행에 따른 영향이 줄어들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시행 중이다.
앞서 가칭 '생태보전 전문가 위원회'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조류인 흑비둘기와 괭이갈매기 등에 GPS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전문가 위원회는 "사업지구보다 외부 지역에서의 비행이 빈번하며, (항공기 이착륙시) 조류충돌 위험성도 미미했다"고 판단했고, 이후 2020년 울릉공항 착공 뒤 1년마다 생태보전 현황을 공유 중이다.
다만 '잘피류'의 상황은 다르다. 공사에 들어간 이후 첫 조사인 2021년에 환경영향평가 대비 서식 밀도가 많이 감소했고, 이후 일부 자연 복원 됐으나 최초 평가 당시인 2020년 6월보다는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다.
생태보전 전문가 위원회에 참석한 한 생명과학과 교수는 "수거머리말(잘피류) 군락의 서식 조사가 결과 표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울릉도 인근 연안에 서식 중인 잘피류 식물 '수거머리말'은 국제자연보전연맹이 정한 위기 근접종이다. 해양수산부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하고 보전·관리해 왔다. 최근에는 효성과 신세계, LG화학, 땡스카본 등이 잘피류의 중요성을 깨닫고, 잘피류를 포함한 바다 숲 조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잘피류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탄소중립' 달성과 유관하다. 현재 산림·초지만 '탄소흡수원'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해외 사례를 비춰보면 잘피류도 탄소흡수원에 포함될 수 있어서다.
바다에서 자라는 풀인 잘피류는 육상 식물보다 탄소 흡수량이 10배 이상, 흡수 속도는 50배 이상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반도 연안에서 자생하던 잘피류 군락은 지난 1970년대 연안 개발과 환경오염 등으로 당시 70~80%가 사라졌다. 최근에는 지구온난화 등에 따른 해양 환경변화로 분포 면적이 줄어들고 있다. 황선재 국립 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장은 "대규모 잘피류 군락을 조성하기 위한 기술이 확보되지 않았다. 잘피류 군락을 확대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것"이라며 잘피류 보존·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이같은 지적에 대해 울릉공항 현장을 책임지는 DL이앤씨 측은 "군락 감소 여부를 모니터링 중"이라고 밝혔다.
울릉공항 건설과 함께 하수도가 제대로 확충되지 않은 점은 잘피류에는 부정적인 상황이다.
울릉군 상하수도사업소의 울릉군 공공하수처리시설 수용 용량은 인구 대비 5.5%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는 개인이 처리하거나, 그냥 흘려보내고 있는 셈이다. 바다로 흘러 들어갈 오수는 잘피류 생장에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울릉공항이 완공될 2026년 이후에는 관광객이 현재 40만 명 수준에서 10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바다로 고스란히 흘러갈 오수량은 더 증가할 수밖에 없다.
국제 학술지 해양과학 프런티어(Frontiers in Marine Science)에 2018년 게재된 '잘피류의 탁도 상승과 영양분 제거능력'(Elevated Turbidity and the Nutrient Removal Capacity of Seagrass)은 부적절한 해안의 용지 운용으로 퇴적물이 쌓일 경우 잘피류의 생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남한권 울릉군수는 26일 울릉군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울릉공항 아래 하수처리장을 만들고, 2029년까지 완공해서 하수 처리를 강화하겠다"며 "하수 찌꺼기를 활용한 바이오가스 사업도 용역하고 계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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