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가속도' 붙자 농업·기업 '전전긍긍'…대응책 '사후약방문'
정부, 지난해 온열질환자 80% 폭증하자 150억원 지원
작년 농업 피해복구만 3200억원…기업 "기후문제 성장 걸림돌"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기후변화로 올해 여름철 무더위가 '역대급'으로 예상되면서 보건·산업·환경 분야의 대비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 강남 침수와 충북 오송 지하차도 사태 이후 대응책이 쏟아졌으나 중장기 계획이 많아 인명·재산 피해 예방에 한계가 있어서다.
4일 행정안전부와 환경부, 기상청 등에 따르면 정부는 17개 시도에 폭염 대책을 위한 특별교부세 총 150억 원을 지원했다. 지난해보다 예산을 25% 늘렸고, 지원 시기도 앞당겼다. 정부는 이 예산으로 그늘막을 늘리고, 무더위 쉼터를 재정비할 방침이다.
정부가 무더위 대책에 서두르는 것은 여름이 길어진 탓이다. 기후변화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여름은 1년의 30%가 넘는 118일인데, 이는 과거 30년(1912~1940년)에 비해 20일 이상 늘었다. 단순 계산해도 여름은 매년 0.25일씩 길어지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며 여름 장기화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6차 보고서를 토대로 계산한 한반도 여름은 21세기말 최악의 경우 211일까지 늘어날 수 있다. 평균기온은 현재보다 6~7도 상승할 가능성도 크다.
여름이 더 더워지고, 길어지면서 온열질환 우려가 커진다. 온열질환 가능성을 분석한 '열 스트레스'는 21세기말 35.8도까지 치솟을 수 있다.
지난해 열탈진 등 온열질환자는 2022년보다 80% 이상 증가했다. 정부가 온열질환 대응에 집중하는 이유다.
길어지고 강해진 무더위는 산업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특히 사과·대파 가격 등으로 회자된 농업의 피해가 대표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6~7월 농업 분야 피해복구비는 3200억 원이 투입됐다.
다만 예산은 대부분 사전 예방보다는 사후 대책에 집중돼 있다.
실외 근로자나 노인 농업인, 만성질환자 등 온열질환 취약계층에 대한 수분섭취와 작업 중단 등 조치는 산업안전보건규칙 상 '적정온도'나 폭염대책 미준수시 처벌 규정이 없어서 현장 적용이 천차만별이다.
학계와 출연연구기관 등은 폭염 대응에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기후위기와 농업·농촌의 대응 보고서'를 통해 폭염과 가뭄 등에 강한 품종을 개발하고, 재배법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농촌진흥청은 제2차 농식품 기후변화 대응기본계획(2021~2030년)을 세우고, 기후변화에 따른 작물 재배지 변동 예측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 역시 현장에서는 정보와 실제 간 시차로 정보 활용에 어려움이 있다는 반응이다.
기업들도 기후문제를 성장 걸림돌로 보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의 주요기업 임원 설문에 따르면 최다 응답자(21.3%)가 폭염과 폭우 등 극한 기후로 인한 피해가 핵심리스크로 꼽았다.
한경협은 정부나 국제기구가 산업 성장 걸림돌이 되는 기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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