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이미 4만년 전 인류를 멸종시켰다[황덕현의 기후 한 편]

'두번째 기원'…태양풍 영향 전 인류 사망을 담은 공포영화
네안데르탈인 멸종 직접적 증거…화성 불모지로 만들기도

영화 '세컨드 오리진' 포스터 ⓒ 뉴스1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스페인 감독 카를레스 포르타의 2015년 작품 '두번째 기원'(Second Origin)은 마지막 생존 인류의 사랑을 그린 드라마다.

'두번째 기원'은 알바와 디댁, 남녀 주인공의 생존을 다루고 있다. 갑작스러운 태양풍으로 불바다가 된 지구에서 이들은 물속으로 몸을 숨겨 인류 마지막 생존자가 됐다. 이후 급변하는 기후 변화에서 둘은 동지이자 연인으로 발전한다.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는 불모지에서 인류의 새 출발을 말해준다.

이 영화는 태양 활동으로 인한 지구 기후의 갑작스러운 변동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2015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크리 터니 교수팀은 지구의 자기장이 바뀌는 과정에서 초래된 기후변화로 4만2000년 전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했다고 밝혔다. 태양 영향 아래 한 종(種)의 생멸은 순식간이다.

미국 항공 우주국(NASA)은 태양풍이 화성을 생물이 존재할 수 없는 불모지로 만들었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화성은 태양계에서 지구와 가장 비슷한 행성이다.

인류와 지구에 대한 태양의 영향은 '현재 진행형'이다. 태양이 내뿜는 에너지는 약 11년 주기로 증감을 반복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태양 에너지가 증가하는 주기로 접어들었는데, 이 강도는 예측치를 상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 에너지 증가는 대기권의 온도와 수분량에 영향을 줘 결국 인간의 생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반론도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태양계연구소장인 사미 솔란키 박사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태양 활동이 기후 변화에 영향을 끼치는 게 분명한 사실"이라면서도 "근래 지구 온난화 가속화는 태양 활동만으로 다 설명되진 않는다"고 했다.

'두번째 기원' 속 알바와 디댁은 물속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태양풍의 화마를 피했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죽음의 폭염'이 갑자기 찾아온다면 살아있는 것은 우리가 아닐 것이다.

최근에도 이러한 실험을 하고 있다. 지구자기장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태양 폭풍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재앙까지는 아니더라도 태양 폭풍이 전자문명에는 적지 않은 혼란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1989년 3월 캐나다 퀘벡에서 대정전 사태가 일어났다. 당시 초강력 태양 폭풍으로 600만 명이 9시간 동안 암흑 속에서 떨었다.

특히 태양활동이 가장 활발하고 흑점의 수가 늘어나는 '태양활동 극대기'가 올해부터 시작되면서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