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보는 기후 '고전'…기후공약 내놓을까[황덕현의 기후 한 편]
앨고어 전 美 부통령 '불편한 진실'…"기후문제, 도덕적 도전"
시민사회에 "기후변화 대응 않으면 표 주지 말 것" 당부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2024년은 세계가 선거의 해가 될 전망이다. 13일(현지시간) 대만의 총통 선거를 시작으로 지구촌은 본격 선거전에 돌입한다. 2월 인도네시아에선 대선과 총선이 있고, 3월에는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다.
국내에선 4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인도에서도 총선이 진행된다. 6월 유럽연합(EU) 의회 선거, 9월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11월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세계 각 후보들은 저마다 자신의 지지층을 대변할 정책을 제시 중이지만 최근 아쉬운 것은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정책이 미진하다는 점이다. 나온지 20년이 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의 소신이 담긴 영화 '불편한 진실'을 다시 권하고 싶은 이유다.
데이비스 구겐하임 감독이 연출한 이 다큐멘터리는 환경 운동가로 나선 고어 전 부통령이 기상이변과 지구온난화를 과학적으로 입증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고어 전 부통령은 산업화 과정에서 대기 중에 증가한 이산화탄소가 지구 온난화를 불렀고 생물 멸종이나 더 강한 태풍, 극 지방 빙하의 해빙(解氷)에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에선 너무 당연한 상식처럼 보이지만 당시엔 '기후변화 불신론자'나 기후변화를 정치를 위해 활용했다는 지탄을 받았다.
고어 전 부통령은 영화를 통해 유권자들이 정치인들에게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지도록 촉구해야 할 것을 시사했다. 그는 "유권자들이 문제 삼지 않으면 정치인들은 (중요한 의제라도) 무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어 전 부통령은 대선에서 진 뒤 환경 운동가로 변모해 이 영화로 2006년 아카데미상을 받았고, 이듬해 노벨 평화상까지 거머쥐었다.
이후 전 세계를 다니며 시민사회계를 향해 정치권이 기후문제를 주요 의제로 상정할 것을 감시하라고 독려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시민교육을 위해 한국을 찾았을 당시에는 "기후변화 파수꾼이 된다는 마음으로 정치권을 향해서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지 않으면) 투표해주지 않겠다'고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기후 문제는 정치적 갈등이 아닌 도덕적 도전이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 세계 각국이 여야를 떠나서 기후위기 대응을 공동의 목표로 둬야 한다는 것이다.
아쉽게도 예비 후보의 사전선거운동과 창당 등이 난립하는 현재는 아직까지 기후변화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후보가 보이진 않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사에서 언급한 '기후변화에 대한 균형있는 대응정책'이나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당을 추진하며 기후변화를 '5대 의제'로 내세운 것 정도가 눈에 띌 뿐이다.
본격적인 총선 레이스가 시작하면 기후변화 관련 정책이 쏟아질 수 있을까. 아쉽지만 그렇지 못할 것 같다는 게 '불편한 진실'이다. 공개된지 약 20년된 이 영화를 총선 후보들에게 권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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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이제 모두의 '조별 과제'가 된 이 문제는, 때로 막막하고 자주 어렵다. 우리는 각자 무얼 할 수 있을까.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