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기후 총회…의장이 화석연료 옹호·석유 세일즈 의혹

기후협약 총회 의장 "화석연료 감축, 근거 없다" 주장
후원금 하한선 상향…중동 기업 에너지 세일즈 일색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열리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행인이 COP28을 홍보하는 게시물 앞으로 지나가고 있다. 2023.10.01/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주요국 정상이 불참한 가운데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제28차 당사국 총회(COP28)가 본행사 격인 고위급 회담에 들어가기도 전에 잇따른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의장국인 UAE 관계자의 기후변화 부정 발언이 도마에 오르는가 하면 COP28 후원 참여 금액이 대폭 올라가면서 후원사 대부분이 중동 기업으로 채워져 '중동 세일즈'의 장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COP28 사무국과 환경부 등에 따르면, 술탄 알 자베르 COP28 의장은 매리 로빈슨 전 유엔 기후변화 특사와의 대담에서 '지구 표면의 평균온도 상승을 1.5도로 막기 위해서 화석 연료의 단계적 감축이 필요하다'는 발언에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답해 논란이 되고 있다.

자베르 의장의 주장은 그러나 과학적인 근거와는 거리가 멀다는 게 학계 평가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는 95% 이상의 확률로 '매우 명백'하게 인간 활동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를 부추긴 것은 이산화탄소다. 미국을 예로 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40%가 전력 생산에서 비롯됐고, 전력 생산의 93%(누적)가 화력 발전을 통해 생산됐다. 기후변화와 화력발전 사이 상관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자베르 의장의 주장은 2021년 COP26에서 벌어졌던 논쟁의 반복이다.

당시 선진국들은 석탄 화력 발전을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phase out)할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고위급 회담 뒤 합의문 발표 직전 인도와 중국 등의 반발로 2040년까지 단계적으로 감축(phase down)하는 것으로 조정됐다. 화석 연료 기반에서 신재생 에너지 기반으로의 전환을 최대한 늦추려고 하는 것이다.

자베르 의장의 발언은 UAE가 COP28 기간 중 외국 정부와 원유 거래를 논의하기로 했다는 의혹으로 이어지며 논란을 키우고 있다. 자베르 의장은 UAE 국영석유회사(ADNOC)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영국 비영리단체 기후보도센터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UAE는 COP28 기간 중 중국, 브라질, 독일, 이집트 등 15개국과 원유 거래를 논의하기로 했다. UAE 측은 COP28이 시작한 뒤 이 문제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COP28의 후원 역시 '중동 세일즈의 장'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후원 기업에 제공하는 입장권을 중동 기업이 대부분 차지했기 때문이다.

올해 COP28의 후원사는 UAE 은행인 아부다비 글로벌 마켓, 두바이 통신사업자 에티살랏(Etisalat) UAE 재생에너지 기업 마스다르, 중동의 현대차격인 알푸타임 그룹 등이다. 중동 외 후원사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와 HSBC, IBM, 한국수력원자력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해 이집트에서 열렸던 COP27에서 미국 유통업체 아마존의 기후서약기금(The Climate Pledge)을 비롯해 영국계 에너지회사 내셔널 그리드(National Grid), 회계·컨설팅 업체 프라이스 워터 하우스 쿠퍼스 등이 참여한 것과 대조적이다.

올해 COP28의 후원금 참여 하한선은 지난해보다 3배 가까이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비싼 기업 후원 패키지는 650만파운드(약 108억원) 수준이다. 후원을 한 기업에게는 COP28 입장권이 제공된 걸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번 COP28은 중동의 에너지 관련 기업들이 고액의 입장권을 구입한 뒤 COP28 참여국 정부나 기업을 대상으로 중동의 에너지 사업을 홍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행사'인 9일 고위급 회담에 앞서 여러 논란이 발생하면서 12일 폐회까지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유의미한 결론이 나올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계속 커지고 있다.

고위급 회담에는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등 주요국 정상은 불참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COP28에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