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장 "중국산 장비 악성코드 송구…국정원과 철저히 검사"(종합)

[국감현장] 유희동 "서울시와 다른 극한호우 기준 조정"
R&D 예산 삭감 지적엔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 다할 것"

유희동 기상청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기상청 등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3.10.1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유희동 기상청장은 16일 중국산 기상 장비 내 악성코드 발견과 관련해 "송구스럽다"며 "보안 주무부처인 국가정보원과 함께 장비 내부 구성품에 대한 매뉴얼까지 철저히 검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기준이 다른 극한호우 기준에 대해서는 "아쉬운 부분"이라면서 "동일한 기준은 방재의 기본으로 서울시와 협의해 조정하겠다"고 했다.

유 청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기상청 국정감사에서 이같이 답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중국산 연직바람관측 기상장비 5대에서 악성코드가 발견됐다"며 "보안이 뚫렸다고 볼 수 있다. 기상청 내부망을 통해 다른 장비나 기상청 전산망을 통해서 재유포될 경우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청장은 "기상장비 내 소프트웨어는 임베디드(내장형) 시스템인 경우가 많아 (악성코드를) 걸러내기 굉장히 어렵다"면서도 "앞으로는 제안서 제출 단계에서부터 문제 삼겠다"고 대답했다. 기상장비에 문제가 있을 경우 이에 대해 항의하거나 손해배상 등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은 "악성코드를 심은 주체가 북한 정찰총국인지, 중국 공안인지, 그 밖의 해킹 조직인지 조사한 게 있느냐. 중국 정부에 (악성코드 발견에 대한) 유감·항의 표현을 한 게 있느냐"고 물었다.

유 청장은 "앞서 들어온 장비의 악성코드 미발견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기상청 산하 모드 기관의 중국산 장비에 대해 전수 조사했다. 악성코드가 탑재된 장비를 납품한 업체는 부정당 업체로 등록해야 한다는 생각이다"라고 답했다.

한편 악성코드가 발견된 연직바람관측 기상장비는 올해 울산과 전남 영광 등에 추가로 2대가 설치될 예정이다. 유 청장은 "도입이 끝났기 때문에 지금 되돌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 국정원과 가능한 점검을 철저히 하겠다"고 답했다.

재난문자 발송 실패와 기관별로 다른 기준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왔다. 올해 처음 도입된 극한호우 재난문자는 최초 발송 시 기술적 문제로 오류가 발생한 바 있다.

유 청장은 "행정안전부 시스템을 경유하는 중간 과정에서 읍면동에 부여된 코드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면서 "가능한 한 정확한 지역에 (극한호우) 정보가 도달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감에서는 기상청과 서울시의 극한호우 기준이 다른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현재 기상청의 극한오후 기준은 1시간 50㎜·3시간 90㎜인 데 비해 서울시는 1시간 강수량 55㎜로 차이가 있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동부간선도로나 지하차도에는 이런 차이가 상당히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체계를 정비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 청장은 "행안부와 서울시와 함께 충분히 조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답했다.

국감에서는 내년도 기상청 연구개발(R&D) 예산이 올해(1223억원)보다 약 200억원 적은 1009억원으로 삭감된 점도 지적됐다.

박정 환노위원장(민주당)은 "(줄어든 R&D 예산으로) 장비 국산화율을 높이고, 대국민 만족을 높일 수 있을지 의심이 든다"면서 "국회에서 환노위 위원들이 노력하겠지만 기상청장도 기획재정부와 상의하는 등 충분히 노력을 더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 청장은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해 조정하고 맞춰가겠다"고 했다.

환노위 국정감사에는 이 밖에도 2021년 완공했으나 하자·부실 때문에 실시간 자료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2해상기상관측기지 관리 부실 문제와 교대근무 때문에 기피 부서가 된 예보관 충원 방안, 현재 30% 수준인 기상장비 국산화 계획 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환노위는 오후에는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을 찾아 항공기상 관련 장비 도입 계획 등을 실사할 예정이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