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표심'이라면 '기후 총선' 될 수 있을까 [황덕현의 기후 한 편]

영화 '돈 룩 업'…혜성 돌진하는데 이해득실만 따지다 '멸망'
당장 보이지 않는 기후변화와 비슷…D-200 총선 의제될까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 포스터 ⓒ 뉴스1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날씨가 조금씩 선선해지고 있다. 입추(立秋·8월8일)가 지난 지 한 달이 되도록 무더웠던 날씨가 누그러들고 있는데 벌써 드는 생각은 '내년엔 또 얼마큼 더울까'하는 우려다.

달력을 보니 어린이날인 입하(立夏·5월5일) 전에 총선(4월10일)이 있다. 이번 선거에는 기후변화 대응이 얼마큼 주목받을 수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지난 2021년 개봉했던 애덤 매케이 감독 작품 '돈 룩 업'이 생각났다.

이 영화는 '블랙 코미디'의 전형이다. 지구를 향해 혜성이 돌진하고 있는데 미국 대통령은 성추문 문제 해결에, 참모들은 중간선거와 대법관 지명 등 정무적 문제에 몰두하며 귀를 막고 있다.

TV 토크쇼에 출연해 하소연해 보지만 가벼운 가십거리나 미스터리로 치부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은 혜성 문제를 해결하자는 '룩 업'(Look up) 진영과 관측된 혜성의 존재를 부정하는 '돈 룩 업'(Don't look up)으로 갈라진다.

그리고 세계는 멸망했다.

일부 생존자들은 냉동된 상태로 우주를 향했지만 2만년을 날아가 정착한 '유사 지구'에는 인간보다 월등한 생명체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 영화에는 기후변화의 '기억'(ㄱ)도 등장하지 않았지만 과학자들은 모두 기후변화를 입에 올렸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혜성처럼 아주 서서히 가시화하고 있는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에 정치권과 미디어, 시민들이 적극적이지 않다는 의견이다.

이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 연구소 연구원인 피터 칼무스는 영국 가디언지에 "혜성 돌진을 발견한 과학자는 '지구가 곧 파괴된다'고 외치고 있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 기후과학자들이 실제로 느끼고 있는 기분을 대변한 것"이라고 했다.

미디어와 시민은 조금씩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 상황을 인식하고 행동하기 시작했다.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바꾸거나 1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활동부터 '그린 워싱'(위장환경주의) 기업을 압박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정치권의 변화는 아직 더딘 편이다. '탄소 중립이 필요하다'는 데 여야 간 이견은 없지만 '어떻게 하겠다'는 게 갈등 전면에 나온 건 없다. 뚜렷하게 기억나는 건 지난 대선 당시의 윤석열 대통령(당시 국민의힘 후보)과 이재명·심상정 후보의 원자력 발전소 확대·축소 갈등이 마지막이다.

'기후변화'가 내년 총선의 주요 이슈가 될 수 있을까. 해외에서는 이미 이 의제가 중심이 된 지 오래다.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해 호주 선거에서는 앤서니 노먼 앨버니지 호주 총리(노동당 대표)가 이끄는 중도 좌파가 기후변화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며 8년만에 정권을 교체했다.

내년 6월 유권자 4억명이 의원 705명을 뽑는 유럽연합(EU)의 유럽의회 선거에는 에너지 공급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기후변화 대응이 주요 의제로 꼽히고 있다.

한국의 총선까지는 약 200일이 남아있다. 이 기간 내 기후변화는 정치권의 어젠다가 될 수 있을까. 후보들은 '룩 업'을 밀까, 아니면 '돈 룩 업'을 밀까.

황덕현 사회정책부 기자 2022.2.21/뉴스1 ⓒ News1 황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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