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던진 불씨, 기후변화가 피해 키웠다…예방이 최선의 대책

[재난이 된 산불] ④ 산불 66% 이상 인재…7월도 발생
실화 위험성 인식 높이고 처벌 강화 필요…내화수림 구축도

편집자주 ...매년 봄마다 발생하는 산불이 이상기후와 함께 점차 대형화, 연중화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울진·삼척에서 역대 최악으로 꼽히는 산불이 일어났고, 올해 역시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정부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할 정도로 대형 산불 위험성이 큽니다. 뉴스1은 산불의 대형화, 연중화의 원인과 이를 부추기는 이상기후, 또 그로 인해 피해를 받고 있는 이재민들의 삶을 현장에서 살펴보는 4편의 기획물을 만들었습니다.

대전광역시 서구 정부대전청사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 상황실에서 지난 13일 직원들이 전국의 화재 상황을 실시간으로 살펴보는 모습. 며 봄철 산불방지 및 대응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News1 김기남 기자

(서울=뉴스1) 박상휘 박동해 박혜연 이정후 기자 = 봄철마다 반복되는 산불은 이상기후와 맞물리며 해마다 대형화, 연중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 같은 경향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산림청이 발표한 '2020년 산불통계연보'에 따르면 2016년 391건 발생했던 산불 건수가 2018년 497건으로 늘었고 2019년에는 620건으로 증가했다. 피해 면적 역시 2016년 378헥타르(㏊)였지만 2018년에는 894㏊, 2019년에는 2920㏊로 피해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그렇다면 최근 들어 이 같은 대형 산불의 발생이 잦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인재(人災)의 영향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 산불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2011~2020년) 30㏊ 이상의 피해 면적을 낸 산불은 총 35건이었는데, 33건이 입산자의 실화나 쓰레기 소각 등으로 산불이 시작됐다.

실화 등으로 시작된 산불의 피해를 키우는 것은 기후변화다. 실제로 예년에는 4월 집중됐던 봄철 산불이 기후변화로 그 시기가 점점 앞당겨지고 산불위험 기간도 늘어나고 있다.

이는 기상청이 발간한 '우리나라 109년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최근 30년(1991~2020년)과 과거(1912~1940년)의 결과를 비교한 분석 자료에 따르면 결론적으로 봄과 겨울의 기온 상승이 뚜렷했으며, 강수일수는 감소했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온도가 1.5도 증가하면 산불 기상지수는 8.6% 상승하고 2.0도가 증가하면 13.5%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수량의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전체적으로는 강수량은 135.4㎜ 늘었지만 봄철 산불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겨울 강수량은 9.3㎜ 줄었다. 겨울 강수량이 줄어들수록 건조한 날이 지속되고 산불이 발생할 시 이를 진화할 담수를 찾기도 어려워진다.

즉 불씨는 인간이 던지고 피해를 키우는 것은 기후변화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창현 산림재난상황실장은 "예전엔 '아까시나무꽃이 피면 산불이 끝났다'라는 말이 있었지만 지금은 '밤꽃이 피어야 산불이 끝난다'로 바뀌었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2010년부터 2013년까지 7월에 발생한 산불은 0건이다. 하지만 최근 5년 동안 7월에도 연평균 8회씩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산불이 대형화, 연중화되고 있다는 것은 소중히 가꿔온 산림을 순식간에 잃어버리는 것은 물론이고 그 악영향이 결국 인간으로 되돌아온다는 뜻이다. 지난 2019년 강원도 고성 등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인해서 보금자리를 잃은 이재민들은 여전히 컨테이너 박스에 살고 있고, 올해 발생한 경남 하동군 산불 현장에서는 진화대원이 숨지기도 했다.

경남 하동군 화개면 대성리 산에서 지난 11일 발생한 산불이 확산돼 소방헬기가 화재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 실화 위험성에 대한 인식 높이고 처벌 강화 필요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발생한 산불의 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입산자 실화'(34%)이고 그다음은 '논·밭두렁 태우기'(14%) '쓰레기 소각'(13%) '담뱃불 실화'(5%) 등의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산불 10건 중 6건 이상이 인간의 행위로 인해 발생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산불은 예방이 최선의 대책이라고 말한다.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화재 예방 수칙들을 잘 지켜 최대한 발생 빈도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최돈묵 가천대 설비소방학과 교수는 "2월 말~4월 초에는 논두렁과 밭두렁에서 쓰레기를 소각하기 위해 피운 불도 쉽게 산불로 번진다"라며 "이 시기에 바람이 많이 불고 건조한 날씨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산불은 주로 입산자의 실화나 담뱃불 실화, 쓰레기 소각 등 사소한 부주의로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우리 국민 다수는 산불에 대한 위험성이 여전히 낮다. 2020년 산림청이 발행한 산불방지 국민의식조사에서 산(인접 포함)에서 불을 피우거나 가지고 들어갈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 인지하는지에 대해 물은 결과 응답자의 55.7%만 알고 있다고 답했고 44.3%는 모르고 있다고 응답했다.

처벌 의식은 더 약했다. 과실로 자기 또는 타인의 산림에 화재 발생 시 처벌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지 물은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53.2%)이 모르고 있다고 답했고 알고 있다는 응답은 46.8%에 그쳤다.

실제 처벌 수위도 매우 낮다. 산불 실화로 인해서 2017년 이후 2021년까지 5년간 검찰에 송치된 1153명 중 2.1%인 25명만 징역형을 받았다. 벌금형도 20.5%(237명)에 불과했다.

5년간 평균 벌금액은 196만3000원에 불과했고 77.3%인 891명은 기소유예 등의 처분을 받았다.

실제 2017년 3월 담배꽁초를 버려 산림 244㏊를 잿더미로 만든 강릉 옥계 산불 당시 붙잡힌 약초 채취꾼 2명에 대한 법원 선고는 각각 징역 6개월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었다.

반면 해외 사례를 보면 2013년엔 미국 법원이 캘리포니아에 산불을 내 결과적으로 5명을 숨지게 한 방화범에게 사형을 선고했고, 2017년 장난삼아 폭죽을 던져 여의도 면적 약 23배의 산림을 태운 사람에게 미국 법원은 약 418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는 등 엄중한 처벌을 내리고 있다.

권춘근 국립산림과학원 박사는 "우리가 조금만 더 산불에 대한 경각심 깨닫고 주의를 기울인다면 그만큼 산불을 줄일 수 있다"며 "인간의 의한 산불을 줄이기 위해서는 교육이나 계도활동, 산불에 대한 인식 변화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의 한 야산에서 지난 18일 오후 불이 나 산림청 진화대원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산림청 제공)

◇ 침엽수 위주 우리 강산…불에 강한 내화수림 구축 필요성

산불이 처음부터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내화수림대 구축이라는 의견도 많다.

산불이 발생하면 엄청난 불길을 내뿜는 수관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는 대부분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가 많은 곳에서 발생한다.

활엽수와 침엽수에 불이 붙었을 경우 화염이 거의 2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은 물론 지속시간도 2배 가까이 된다. 화염이 높고 더 오래 탄다는 의미다.

산림청 직원들 역시 최근들어 뒷불, 이른바 재발화가 많아졌다고 얘기하는데 이 역시 오래 타는 침엽수와 관련이 깊다.

산림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림 중 37%는 소나무와 잣나무 등 침엽수림이다. 특히 소나무의 송진에는 '테라핀' 등 정유 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발화성과 연소성이 좋다. 이 때문에 산불이 나게 되면 침엽수림은 불쏘시개 역할을 하게 된다.

반면 굴참나무, 느티나무, 떡갈나무, 물푸레나무 등은 나뭇잎에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대표적인 '내화수목'으로 불린다.

권 박사는 "예전에는 산림 관리를 하지 않는 숲이 대형 산불에 노출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올해 하동 산불이 발생한 것을 보면 관리와 무관하게 대형 산불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숲을 구성하는 단계에서부터 조금 더 산불에 대한 내화성이 강한 숲을 조성하는 것만이 우리가 추후 산불 대응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면서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역시 대형 산불을 막기 위해 "물을 내뿜는 나무인 방화수를 많이 심어 산불에 강한 산림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경남 하동군 화개면 대성리 산에서 발생한 산불진화를 위해 지난 11일 소방헬기가 물을 채우고 있다. (산림청 제공)

◇ 갈수록 빈번해질 산불…예산 및 관련 인력 지원 필수

지난해 2월 유엔환경계획(UNEP)은 기후변화와 경작이 산불을 빈번하고 강력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추후 전망이 상당히 부정적이다. UNEP는 2030년까지 '극단적인 화재'(extreme fires)가 14%까지 증가할 것이며 2050년까지는 30%, 이번 세기 말까지는 50%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산불이 대형화, 연중화되고 있는 것은 실제로 세계적 추세다. 따라서 우리나라 역시 관련 예산과 인력을 증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상황실장은 이 지적과 관련해 최근 산불 경향을 빗대 보충 설명을 했다. 과거에는 남쪽에서부터 북쪽으로 시기에 따라 산불이 발생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최근에는 시기와 무관하게 남부지방과 중부지방에서 동시에 산불이 발생하는 경향이 짙어졌다고 말했다.

즉 과거에는 시기에 따라 진압 장비인 헬기 등을 특정 지역에 집중 배치할 수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어느 곳 하나 거를 곳이 없기 때문에 장비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말한다.

김 상황실장은 "과거에는 헬기 등을 남쪽에 전진 배치 하는 등으로 산불에 대응해 왔으나 현재는 이마저도 유효한 전략이 아니다"라며 "어디서 어떻게 산불이 발생할지 모르다 보니 헬기도 분산돼 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헬기가 분산돼 있다는 것은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 신속성에서 약점으로 작용한다. 아울러 진압 시간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최근 산림청은 진압 헬기를 점점 중대형화하는 변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더 많은 예산을 투입, 더 많은 헬기와 진압 인력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산불을 진화하는 특수진화대의 근무 여건 개선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이들의 필요성을 감안해 과거부터 계약직 신분을 공무직으로 바꿨으나 여전히 직업공무원은 아니다. 일종의 무기계약직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은 산불 진화와 예방활동, 대기 등으로 야간근무와 초과근무를 일상적으로 하지만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대다수는 대체휴일로 지급을 받는다. 하지만 인력이 한정적이다 보니 이 역시 효율적으로 사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특수진화대의 근무 연속성이 떨어져 전문성 있는 요원들을 키우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부지방산림청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 신정현 주무관은 "출장비와 시간외 수당 등이 올해부터 나오는 등 일부 개선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위험수당 등은 없는 상황"이라며 "무기계약직이라고는 하지만 2년마다 실시되는 체력시험에서 과락이 나오면 해고가 되는데 사실상 2년 계약직과 다른 것이 없다"고 말했다.

■ 기획취재팀(박상휘 팀장, 박동해·박혜연·이정후 기자)

sanghw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