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 '체면' 버리고 '포르노'를 말하다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는 '포르노를 말한다'를 주제로 춘계 학술대회를 열었다. © News1 조현정 기자

</figure>대학 교수들이 '체면'을 내려놓고 '야동'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소장 김종갑 교수)는 21일 오후 1시 건국대 예술문화대학 4층 교수회의실에서 '포르노(Ponrography)를 말한다'를 주제로 2012 상반기 학술대회를 열었다.

학술대회에서는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를 맞아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포르노와 야동에 대해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해 전방위로 노출된 야동으로 인한 우리 사회의 증상을 담론화하는 융합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학회에 앞서 김종갑 몸문화연구소 소장은 "거리를 두지않고 솔직하게 이야기 하겠다. 학회를 위해 참석한 사람들은 참고자료로서 포르노를 봤다"며 "여러 선생님들은 치밀어오르는 구역질을 연구를 위해 끝까지 참고 봤다"고 말했다.

또 "포르노는 현대사회에 있어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포르노가 모든 공간 장소 시간을 초월해서 현존하고 있다"며 "왜 야동을 보는건지 그리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답하기 위해 만든 자리"라고 인삿말을 전했다.

이날 학술대회에는 포르노·야한동영상(야동)에 대해 정신분석학, 진화생물학, 사회학, 법학, 여성학 등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과학, 몸, 포르노'를 주제로 한 1부에서 장대익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외계인의 시선에서 본 포르노'에 대해 발표했다. 

장 교수는 "전세계 최대 온라인 포르노 사이트 회사의 월별 페이지뷰가 무려 14억 건이다. 이는 구글, 페이스북 등과 같은 초대형 사이트를 제외했을 때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며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엄청난 시장의 소비자는 전부 남성이라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장 교수는 "남성이 여성에 비해 성적 판타지 측면에서 포르노적 상상력을 훨씬 더 많이 발휘하는 반면 여성은 남성에 비해 포르노보다는 로맨스 소설처럼 친밀도가 높은 대상과 접촉을 더 선호한다" 며 "포르노는 연애 본능의 진화의 부산물이었다. 남성의 연애 본능(성적 다양성)의 부산물이었고 인간의 거울뉴런계의 작동으로 잘 소비되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어 이은정 동국대 교수는 '여자도 포르노 하고 싶다면?'이라는 주제에 대해 "포르노는 여성을 관능적 주체로 쾌락하지 않고 대상으로서만 쾌락하도록 만들어졌다. 거기서 유일한 관능적 주체는 남자"라며 "남자의 쾌락이 여자의 쾌락을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여자는 남자가 좋아하는 방식으로만 쾌락하도록 되었다"고 말문을 떼었다.

이 교수는 "일반적으로 여자는 포르노를 즐기지 않는다. 여자한테 그것을 쾌락보다는 불쾌를 더 산출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기술과 포르노'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선 김운하 건국대 교수는 "포르노는 테크놀로지다"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포르노 관련기술의 발전은 포르노 소비 방식과 포르노의 경험 내용 자체를 바꾸고 있다"며 "인터넷과 스마트폰, 아이패드 같은 첨단 장치들이 이미 성적인 모든 것을 다룰 수 있게 해줬다"고 말했다.

2부는 '환상, 실재, 법'을 주제로 열렸다. 2부 첫번째 순서에서 이명호 경희대 교수는 '포르노의 유혹 : 환상의 힘'을 발표했다.

이 교수는 "포르노 문제에 대한 페미니스티의 개입을 법적 차원에서 정치적 차원으로 옮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반포르노 주장을 검열 옹호와 곧바로 연결시키지 않으면서 포르노 장르를 통해 지속되는 남성적 쾌락향유방식을 문제 삼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종갑 건국대 교수는 '실재를 향한 열정으로서 포르노'라는 주제 발표에서 "'실재에의 열정'이라는 용어는 알랭 바디우라는 프랑스 철학자가 21세기 문화의 특징으로 소개했던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가짜와 가상이 판을 치는 포스트모던한 사회의 현대인들이 지푸라기 하나라도 움켜잡기 위해서 더욱 더 실재에 강박적으로 집착하게 된다" 며 "포르노에서 이러한 실재의 추구는 이성과 짝을 이루면서 무한한 섹스로 표출된다"라고 말했다.

또 "포르노 특징은 '더욱 더'의 과잉에 대한 집요한 요구"라며 "포르노에 중독된 주체들은 간지럼처럼 기분 좋은 성적 자극, 이것이 포르노 중독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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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의 춘계 학술대회 안내 포스터. © New1 조현정 기자

</figure>김석 건국대 교수는 '기호화된 몸에 대한 향유 의지'라는 주제 발표에서 "여성의 몸은 경험적으로 접하는 자연적 육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성적 담론의 대상이 되면서 다양한 특질들을 통해 표현되거나 과장된 '여성적 이미지'를 말한다"고 답했다.

이어 "포르노는 언제나 여성의 몸을 대상으로 삼는다. 몸은 항상 기호의 대상이자 도구였다"며 "포르노에서 여자의 몸은 단지 기호화된 '여성의 몸', '여성의 극단적인 이미지만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마지막 발표자인 서윤호 건국대 교수는 '포르노를 허하라? 포르노 규제 법리에 대한 고찰'이라는 주제에서 "음란물의 개념은 지역과 시대를 떠나 확정적으로 정의하기 쉽지 않은 가변적인 개념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음란물 관련 법률들에서 성표현과 관련한 용어들은 저속, 선정, 외설, 음란 등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며 "대법원의 음란물 판단기준이 보수적인데 비해 헌법재판소의 음란물 판단 기준은 조금 완화된 형태임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음란물을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에 반해 헌법재판소는 음란성 개념에 대해 대법원 판례보다 좀 더 세분화되어 있고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음란은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성표현으로서 인간존엄 내지 인간성을 왜곡하는 정도에까지 이르는 것이다. 또 예술성 및 사상성에 관한 음란물은 성적 흥미 유발의 목적만 있는 것으로 문학 예술 과학 혹은 정치적 가치를 갖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고 정의했다.

서 교수는 마지막으로 "인터넷 포르노그래피는 기존 음란물과 달리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 동영상 혹은 이미지 파일 등 디지털 형태로 존재하고 있어 일괄적으로 통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국내 음란물 관련법률들은 지나친 형법적 통제 및 규제 수단에 대한 의존을 그 특징으로 하고 있다"며 "이는 도덕적 측면에서 요구되는 사회일반의 자율적 통제 둔화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비효율적인 형법적 규제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몸문화연구소는 건국대 부설 특수연구소로 그동안 청소년을 위한 몸의 인문학과 자살, 누드 등 사회의 도발적 주제에 대해 연구하면서 출판과 학술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cho04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