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교과서 결국 '교육자료'로…교육감 성향 따라 채택률 갈릴 듯
[2024 교육 결산]② 유보통합, 부처 일원화에 만족
늘봄학교, 2학기 전면 도입 이어 내년 2학년 확대
- 권형진 기자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서 촉발된 의정 갈등에 묻혔지만 올 한해 교육정책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국가 책임 교육·돌봄을 강화하기 위해 늘봄학교가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 도입됐다. 대학 행·재정 지원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하는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도 준비를 마치고 내년 본격 출범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가장 역점을 둔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는 2년여 준비에도 결국 교과서 지위를 상실하고 교육자료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취학 아동이 다니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하는 유보통합은 첫발을 뗐지만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다.
29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 입장에서 가장 뼈아픈 정책은 AI 디지털 교과서 무산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AI 교과서를 교육자료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부총리가 지난해 2월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을 발표한 후 2년을 공들여 추진한 정책이다. AI를 활용해 일대일 학생 맞춤형 수업이 가능한 '교실 혁명'을 이루겠다는 것이 이 부총리의 포부였지만 결국 꺾이게 됐다.
개정안 통과 직후 이 부총리는 긴급 브리핑을 열어 재의 요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재의 요구를 하면 AI 교과서가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 재의 요구를 한 법안을 재의결하려면 재적의원 과반이 출석해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여당에서 도와주면 교과서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사실상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야당의 탄핵 소추안 의결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직무가 정지되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 되면서 상황이 더 나빠졌다.
최 권한대행이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은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밝힌 만큼 AI 교과서만을 갖고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는 것은 힘들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조심스레 나온다.
AI 교과서가 결국 교육자료가 되면 시도 교육감 성향에 따라 채택률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보수 교육감이 있는 시도를 중심으로 채택률이 높을 수 있다. 교과서는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정해야 하지만 교육자료는 학교 재량으로 운영위원회를 거쳐 채택 여부를 결정한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이원화된 미취학 아동 교육·보육 체계를 통합하는 '유보통합'은 첫발을 떼는 데 만족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6월 27일 보건복지부가 담당하던 어린이집 보육 업무를 교육부가 넘겨받았다. 지자체 보육 예산·조직의 교육청 이양, 재원 조달 등 핵심 쟁점은 논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
여당에서 '유보통합 3법'을 발의했지만 교원단체 반발에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유보통합 3법은 공포 후 1년 6개월 뒤 시행하되 회계연도 중일 경우 다음 회계연도부터 시행하게 돼 있다. 교육부가 제시했던 '이르면 2026년 도입'은 불가능하다.
교육부가 올해 말까지 확정하기로 했던 '영유아 교원 자격·양성 체제 개편안', '영유아 교육·보육 통합기관의 설립·운영 기준안' 수립도 무산됐다. 16~17일 한국교원대에서 개최하려던 공청회가 어린이집 단체의 시위로 취소되면서 해를 넘기게 됐다.
늘봄학교는 정부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다. 늘봄학교는 기존 초등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을 통합한 서비스다. '학원 뺑뺑이'를 줄여 사교육비·돌봄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저출생 대책이기도 하다.
1학기 시범 운영을 거쳐 2학기 전국 모든 초등 1학년을 대상으로 도입했다. 내년에는 초등 2학년으로 확대한다. 학부모가 원하면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학교에서 교육·돌봄을 제공한다. 초1·2에 맞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매일 2시간씩 무료로 제공한다.
학생, 학부모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학기 늘봄학교를 운영한 258개 학교 학생(1731명), 학부모(2580명)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부모는 85.7%, 학생은 87.4%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지역과 대학의 동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라이즈'도 계획대로 내년 17개 모든 시도에서 시행한다. 라이즈는 지방 살리기 정책의 하나로 대학 행·재정 지원 권한을 지자체로 넘기는 것이다. 내년 예산 2조 원을 확보했고, 시도별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jinny@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