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교과서로 수업하면 딴짓?…멍때리는 것도 잡아냅니다"
[인터뷰] 허문호 YBM 대표…"울릉도 학생도 원어민과 대화"
"학습 이력 축적되면 진가 발휘…학원비보다 싸다고 할 것"
- 권형진 기자, 이유진 기자,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권형진 이유진 김진환 기자 = "한두 개 기능이라도 먼저 시작하고 효과가 입증되면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를 쓰지 말라고 해도 쓰게 될 것입니다."
서울 종로구 YBM 본사에서 만난 허문호 YBM 대표는 "한꺼번에 너무 많은 걸 하려고 하면 부담"이라며 "여유 있게, 느긋하게 한번 써 보면 점점 빠져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부는 내년 3월 초등 3~4학년과 중1, 고1을 대상으로 영어·수학·정보 교과에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한다. 첫 검정 심사에서 YBM은 영어는 초·중·고 모두 검정을 통과했고, 수학도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에서 합격했다.
영어야 YBM이 떨어지는 것이 이상한 결과다. YBM은 국내를 대표하는 어학 브랜드로 1961년 창립 이래 대한민국의 영어 교육을 이끌어 왔다. 수학에서도 강자로 떠올랐다.
첫 AI 디지털 교과서 검정 심사에서 수학은 영어에 비해 합격률이 낮았다. 초등 수학은 18%에 불과했고, 고등 수학도 50%에 그쳤다. 허 대표는 "수학은 결과를 받아보고 놀랐다. 타사들의 결과를 듣고는 더 놀랐다"고 했다.
정부는 AI 교과서가 도입되면 교실 수업이 바뀌고 '잠자는 교실'이 깨어날 것이라고 기대한다. 허 대표는 "교사도, 학생도 굉장히 편리한 교과서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중학교에서 선생님이 교과서 7쪽을 펴라 하면 모두 7쪽을 펼칠 때까지 한 8분이 걸린다고 한다. AI 교과서는 그런 일이 없다. 선생님이 강제로 책을 펼치게 할 수 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선생님과 학생이 똑같은 페이지를 펼쳤는데 어떤 버튼을 누르면 선생님 모니터에만 내용이 보인다. 그러면 아이들이 고개를 들어 선생님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다." 교실 수업의 집중도가 이전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허 대표는 "편리한 건 익숙함을 능가한다"고 강조했지만, AI 교과서의 장점이 편리함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맞춤형 학습으로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사교육비 경감에도 AI 교과서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허 대표는 기대했다.
영어의 경우 '음성 인식' 기능이 대표적이다. 허 대표는 "영어 발음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 아무도 못 알아듣는 학생이 있다. 그러면 진짜 하기 싫어하고 '영포자'(영어 포기자)가 된다. AI 영어 교과서를 활용하면 울릉도, 백령도 학생도 원어민과 말할 수 있다. 지방 학생이 특히 음성 인식 기능을 좋아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허 대표는 "AI 교과서라는 것 자체가 학습 이력이 축적된 이후 진가를 발휘하는 것"이라며 "효과가 입증되면 학원비에 비해 얼마나 싸니, 이렇게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학부모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나눠준 디지털 기기로 다른 콘텐츠를 보고 디지털 기기 과의존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허 대표는 "학생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선생님이 다 볼 수 있다. 딴짓하는 것도 알지만 아무 움직임이 없는 것도 잡아낼 수 있다"고 단언했다. 디지털 기기 과의존도 "부모님들 걱정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선생님이 제어할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
첫 AI 교과서 검정 심사에서 YBM은 큰 성과를 거뒀지만, 외부 환경은 녹록하지 않다. 야당 중심으로 AI 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하려는 법 개정 움직임이 있고, 학교 현장에는 여전히 거부감을 가진 교사도 많다.
허 대표는 "AI 교과서의 핵심은 플랫폼이다. 전체 건물로 치면 기초가 되는 기둥, 대들보, 이런 것이어서 이걸 교육자료로 쓴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콘텐츠 하나하나는 교육자료로 쓸 수 있지만 뼈대를 어떻게 자료로 쓰나"고 반문했다.
허 대표의 진짜 걱정은 교육계 외부에 있지 않다. 허 대표는 무엇보다 "가장 염려스러운 건 선생님들이 마음을 닫고 관심을 안 갖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두 번 봐서는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허 대표는 대학 때 건축을 전공했다고 한다. 그는 AI 교과서의 장점과 효과를 이렇게 정리했다.
"굉장히 좋은 빌딩에 들어가면 알게 모르게 차이가 있다. 지하주차장에 주차할 때, 엘리베이터를 찾을 때,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때 전문가가 아니면 느끼기 힘든 다른 것이 있다. 아주 작은 여러 가지 것들이 모여 좋은 건물을 만드는 것처럼 AI 교과서도 그렇다. 은은하게 오랫동안 누적된 데이터가 있으면 정말 강력하게 활용될 것이다."
■ 대담= 진희정 사회정책부장, 정리= 권형진·이유진 기자, 사진= 김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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