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경력 조회 업무 이관만으로도 환호하는 교육계 [기고]
교사의 과중한 행정업무 현실 단적으로 보여줘
수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 역할
강주호 진주동중학교 교사 = 주당 29시간 수업과 과도한 행정업무를 도맡았던 특수교사가 우리 곁을 떠났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는 몇 번이나 교사 본연의 업무가 아닌 악성 민원과 업무 과중으로 동료를 잃었다.
나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뒤로한 채 교실에 출근한 한 선생님은 "우리 엄마 아빠가 내는 세금으로 돈 받는 거잖아요. 열심히 하셔야죠"라는 초등학생의 말에 할 말을 잃었다고 한다. 넘쳐나는 업무와 민원 속에서 앞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한다.
정부와 사회는 '교육의 질은 교사를 뛰어넘을 수 없다'며 교사의 전문성을 강조한다. 수업을 열심히 하라며 행정 지원을 위한 실무사를 배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비본질적인 업무들을 교사들이 처리하고 있으며 수업과 생활지도보다 행정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너무나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이러한 왜곡된 현실은 '유능한 교사'에 대한 인식마저 변질시켰다. 수업과 생활지도를 잘하는 교사보다 행정업무를 능숙하게 처리하는 교사가 인정받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이는 특히 젊은 교사들의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
폐쇄회로(CC)TV 점검과 범죄경력 조회를 하면서 이게 교사가 하는 일이 맞는가에 대해 학교 현장은 끊임없이 갈등을 빚어왔다. 최근 학교 취업 예정자의 아동학대 범죄경력 조회 업무를 교육감이나 교육장에게 이관하는 아동복지법 개정안이 발의돼 교육계의 호응을 얻은 것은, 교사들의 과중한 행정업무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현재 교사들은 본연의 임무인 수업과 학생 생활지도 외에도 인력 채용, 품의 계약, 구매 정산, 시설 안전, 환경위생, 기기 유지·보수 등 비본질적 행정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OECD 교수·학습 국제조사(TALIS 2018)에 따르면 한국 교원의 주당 행정업무 시간은 5.4시간으로, OECD 평균(2.7시간)의 2배에 달한다. 핀란드(1.1시간), 프랑스(1.4시간), 덴마크(1.7시간) 등 교육 선진국과 비교하면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1979년 문교부의 '교원 업무 간소화 지침' 이후 매년 업무 경감 정책이 발표됐지만, 2024년 현재까지 현장의 체감 효과는 미미하다. 오히려 업무가 더 늘어나고 있다는 것에 공감하는 교사가 더 많은 상황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과도한 행정업무로 인해 교사들이 수업 준비와 학생 지도에 충분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급변하는 교육환경 속에서 디지털 수업 기술을 포함한 교수법에 대한 연구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육활동과 직접 관련 없는 비본질적 행정업무는 교사의 역할이 아니라는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교육부는 충분한 예산과 인력을 확보해 학교 행정 전담기구를 설치하고, 교사들의 비본질적 행정업무를 완전히 분리해야 한다.
교육지원청은 실질적인 '지원' 기관으로서 행정업무를 이관받고, 교사와 행정실 간의 업무 경계를 명확히 설정해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 학교장 자율적인 판단에 준한다는 책임 회피는 혼란만 가중할 뿐이다.
교사가 수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협조하는 것이 교육행정의 역할이다. 대한민국의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국민은 행정업무에 매몰된 교사가 아닌 교육과 연구, 생활지도에 전념하는 참된 교육자를 원한다. 교사가 교육 본연의 가치에 충실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나라는 진정한 교육 선진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며 교직 이탈을 줄일 수 있게 될 것이다.
jin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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