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는 AI 교과서 '속도 조절'에…업계 "개발비 손실 불가피"

"영어~과학 모두 고려해 개발…투자 회복 늦어질 것"
AI 교과서 검정 결과…12개 업체서 76종 교과서 통과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에서 관람객이 교과서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장성희 기자 = 교육부가 2026년 이후 도입 예정이던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과목과 시기를 조절하기로 했다. 당초 교육부가 짠 타임라인대로 AI 교과서를 준비하던 에듀테크 업계에선 당혹감과 함께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29일 교육부는 AI 디지털 교과서 검정 심사 결과와 함께 AI 디지털 교과서 로드맵을 조정해 발표했다.

영어·수학·정보 교과는 예정대로 내년 3월 AI 교과서를 도입한다. 하지만 2026년 도입하려던 국어와 기술·가정(실과) 교과는 AI 교과서 적용 과목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사회와 과학은 그대로 AI 교과서를 적용하되 도입 시기를 2026년에서 2027년으로 미뤘다.

AI 교과서를 발행사들은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도입 일정에 맞춰 교과서 플랫폼을 집중적으로 개발해 왔는데, 과목이 축소·연기되면 이 같은 투자 비용 회복이 늦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A 발행사 관계자는 "AI 교과서에는 음성을 인식하거나 사용자의 문제 풀이를 분석하는 엔진이 들어가는 데 이는 영어·수학·정보·사회·과학·실과를 모두 고려한 것이었다"며 "개발비가 과하게 투입된 것이라 손실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B 발행사 관계자도 "갑작스럽게 과목을 축소·연기하면 손해가 막심할 수밖에 없다"며 "업계에선 과목이 축소되는 데 부정적인 입장일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애초 정부는 AI 교과서가 맞춤형 교육을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도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시범 적용을 거쳐 확대하자는 업계 안도 나왔으나 교육부가 속도가 있는 도입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책 발표 초기부터 시작한 교사·학부모의 우려와 정치권의 비판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급기야 직권을 남용해 AI 교과서를 도입했다며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교사단체로부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당하기도 했다.

교육부가 여론에 못 이겨 입장을 뒤집은 만큼 내년에도 AI 교과서에 대한 현장의 반응이 싸늘할 경우 계획이 또 한번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위기를 기회로 삼자는 분위도 감지된다. B 발행사 관계사는 "교육부가 선생님과 학부모를 상대로 홍보하고 장점을 알리고 있지 않느냐"며 "학교 선생님들이 AI 교과서를 체험하고 장점을 알게 되면 분위기가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내년 3월부터 교육 현장에 도입되는 AI 디지털 검정 결과를 이날 관보를 통해 공개했다. 8개 과목에 교과서를 출원한 업체는 총 12곳이며 총 76종의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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