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지도 고시 '유명무실'…수업방해학생지도법, 국회 문턱 넘나

생활지도 고시에도 학생 불응할 경우 실질적 효과 없어
"문제 학생 치료 권하고 물리적 제지 가능 법 통과돼야"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과 교육 6단체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서이초 1주기, 교권보호 정책 실효성 평가 설문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7.17/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이유진 기자 = #1. 올해 3월 수도권 한 중학교에서 2학년 남학생을 가르치던 교사 A 씨. 학생은 수업 시간 중 교실 문에 머리를 박고 의자를 던지며 주변 학생들에게까지 위협을 주는 행동을 이어갔지만, A 씨 혼자 제지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이후 학부모는 A 씨에게 도리어 '먼저 아이를 화나게 한 발언을 했다'며 아동학대로 신고하겠다고 위협했다.

#2. 경기도 한 초등학교에서 담임교사를 맡고 있는 20대 B 씨는 최근 반 남학생 중 한 명이 수업에 방해가 될 정도로 노래를 흥얼거리는 모습을 보고 주의를 줬다. 그럼에도 노래를 멈추지 않자 해당 학생을 뒤에 세웠다. 이후 학부모로부터 '어떻게 아이를 세워둘 수 있느냐'는 항의를 들어야 했다.

수업 시간 중 친구를 괴롭히고, 소리를 지르는 등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생활지도 고시)를 시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장에서 교사들은 제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은 생활지도고시가 현장에선 '유명무실'하다며 보다 강력한 법률에 근거를 마련해 교육 활동을 보호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날 문제행동 학생들에 물리적 제지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사전에 상담을 제공하는 등 내용을 담은 수업방해학생지도법과 학생맞춤통합지원법에 대한 국회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가 진행된다.

해당 법안은 9월 교육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됐으나 통과되지 못하고 계류돼 있는 상태였다. 이미 생활지도 고시가 마련돼 있으며, 강제적인 법률적 기반을 마련하게 될 경우엔 자칫 학생인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일부 반대 의견이 있어서다.

장애 학생 학부모 단체 등 일부에선 법이 통과되면 학생들을 자칫 너무 강압적으로 제지하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교사들은 현재의 생활지도 고시 정도로는 수업에 방해되는 학생들을 분리하고 교육활동을 보호받는 데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생활지도 고시 상으로는 문제를 일으킨 경우 분리 지도가 가능하게 돼 있긴 하지만, 학생이 따르지 않으면 강제할 수가 없는 탓에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정서·행동 문제를 가진 학생에게 치료를 권고하고 폭력적 행동을 물리적으로 제지도 할 수 있도록 수업방해학생지도법과 학생맞춤통합지원법의 통과를 주장하고 있다.

교원5단체(실천교육교사모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사노동조합연맹, 새로운학교네트워크)는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국가가 통합적으로 모든 학생의 안전과 학습권을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석 교총 교권본부장은 "현재의 생활지도고시는 '유명무실'하다"며 "법적 근거가 명확히 마련돼야 (문제행동학생) 분리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예산 편성과 같은 과정들을 통해 더욱 촘촘하게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a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