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 크루즈선 타고 나와 호텔서 합숙…'4박 5일' 머나먼 울릉도 수능길
- 박태훈 선임기자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수능을 보기 위해 가장 먼 길을 떠나는 이들은 울릉도 고3 수험생들이다.
해마다 6시간 30분 이상 배를 타고 육지로 나와 수능을 본 뒤 돌아가곤 한다. 장장 4박 5일 일정으로 올해도 어김없이 대장정에 나섰다.
22명의 수험생을 이끈 경북 울릉고 이동우 교사는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지난 11일 크루즈선을 6시간 30분 동안 타고 왔다"며 "저희는 매년 포항에서 시험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울릉도가 아닌 포항에서 수능을 보는 이유, 또 더욱 빠른 쾌속선(울릉-포항 2시간 30분)이 아닌 크루즈선을 타는 이유에 대해 이 교사는 "배가 파도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즉 배를 이용해 수능 문제지를 울릉도까지 옮길 경우 파도가 심하면 제때 도착하기 힘들고 시험지 유출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
크루즈선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이 교사는 "파도가 심해도 크루즈는 갈 수 있지만 쾌속선은 날씨가 안 좋으면 잘 안 뜨기에 혹시나 해서 큰 걸로 예매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사는 수능 3일 전인 월요일(11일)에 포항에 온 까닭으로 "수능은 아이들 컨디션 조절이 중요하다. 배를 타고 나와 바로 시험에 응시하면 제 실력을 발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며 "컨디션 조절도 해야 하고 시험 전에 파도가 좋을지 안 좋을지 모르기 때문에 미리 나와 포항에서 컨디션을 조절해 시험을 치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숙소에 대해선 "포항 모 호텔에서 머물고 있다"며 "호텔 측 배려로 아이들이 세미나실에서 자기주도학습을 한 뒤 시험을 치르러 갔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크루즈 비용, 호텔비, 식비 등 4박 5일 대장정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하자 이 교사는 "교통비, 숙박, 식사 등 일체 비용을 경상북도 교육청에서 전액 예산을 지원해 금전적인 부담은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이 교사는 오늘 수능을 마치면 "스트레스 많이 받았을 아이들과 함께 맛있는 저녁을 먹고 영화도 한 편 본 뒤 밤 12시 배편으로 울릉도로 돌아갈 예정이다"고 얘기했다.
한편 울릉도에도 사교육 현장이 있는지에 대해 이 교사는 "울릉도에도 학원이나 과외가 존재하지만 육지처럼 많지는 않다"며 "학원 다니는 친구들도 있고, 공부에 대한 의지가 있는 학생들은 인터넷 강의로 공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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