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식 서울교육감 "새 서울교육 비전, 창의·공감·자치·협력"
[인터뷰]③ "기초학력 보장·교육공동체 회복 집중"
"기초학력 데이터 확보…구체적 청사진 만들겠다"
- 장성희 기자, 권형진 기자,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장성희 권형진 오대일 기자 =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새로운 서울교육의 비전으로 '창의·공감·자치·협력'을 제시했다.
정 교육감은 11일 <뉴스1>과 가진 취임 후 첫 인터뷰에서 "창의와 공감이 (서울교육의) 한 축, 자치와 협력이 한 축"이라며 "이성·감성적인 면이 결합하는 창의와 공감, 현장·학생·수업 중심으로 사고하는 자치와 협력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달 당선된 정 교육감에게 남은 시간은 1년 7개월이다. 정 교육감은 "가급적 새로운 사업은 줄이고 기존 사업도 일부 마무리하겠다"며 "기초학력 보장, 교육공동체 회복 등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기초학력 문제에 대해선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어떤 식으로 변화하는지 데이터를 확보하겠다"며 "작년과 올해를 비교하면서 구체적인 청사진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정 교육감과의 일문일답.
■ 대담= 진희정 사회정책부장, 정리= 권형진·장성희 기자, 사진= 오대일 기자
-새로운 서울교육의 비전은.
▶창의와 공감이 한 축, 자치와 협력이 한 축이다.
-부연한다면.▶창의는 기존 혁신교육의 중요한 키워드다. 조희연 전 교육감은 공존이라는 말을 썼는데, 공존은 약간 수동적인 것 같아 공감이라는 말이 더 좋다고 본다. 또 창의가 이성적인 측면이라면 공감은 감성적이다. 이성·감성적인 면이 결합하는, 창의와 공감이 키워드다. 자치는 학교 자치를 조금 더 현장·학생·수업 중심으로 사고해야 한다는 맥락이다. 거기서 협동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임기가 1년 7개월밖에 되지 않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 보인다. 가장 집중할 공약 내지 정책으로는 어떤 것들을 염두에 두고 있나.
▶기초학력 보장, 교육공동체 회복 등이 있다. 1년 7개월짜리 교육감이기 때문에 가급적 새로운 사업은 줄이고 기존 사업도 일부 마무리해야겠다.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했거나 사회 변화로 소용없어진 사업은 정리하고 꼭 필요한 것 중심으로 추리고 있다.
-교육감공약추진위원회가 지난달 28일부터 15일까지 운영되는 것으로 안다. 결과물은 언제쯤 어떤 형식으로 외부에 공개하나.
▶공약 추진위원회는 규정상 교육감 취임 후 1달까지 운영할 수 있다. 짧은 선거 기간 공약을 정교하게 만들기 어려워 위원회에서 교육방향과 공약이행계획을 3주 정도 다듬는다. 지향해야 할 중장기적 과제와 실행할 수 있는 공약으로 구성할 것이다. 위원회가 종료되면 30일 이내 백서를 통해 공개한다.
-최근 학교 현장에 방문하고 있다. 구상에 참고가 되나.
▶참고도 되고 더 구체적으로 잡힌다. 예를 들어 급식 시설을 보면 이게 어떻게 돼 있고 어떤 장점과 약점이 있는지 더 체감되지 않나. 동시에 종합적인 한국 교육에서 초중등교육을 파악해야 정책이 구체화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유기 관계에서 교육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한다고 본다.
-"혁신학교의 성과를 잇되, 한계는 넘어서겠다"고 했다.
▶지난 10년의 혁신학교 보완이라기보다는 현재의 학교·사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현재 혁신학교에 대한 학생들과 학부모의 만족도는 85~90% 정도로 상당히 높다. 선생님들의 만족도는 그보다 떨어진다.
-선생님들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건 피로감 때문인가.
▶그럴 수도 있다. 시간이 되면 10년간의 혁신학교 평가를 해볼 생각인데, 분명한 건 이제는 일반학교와 혁신학교 구분이 약간 흐려졌다. 혁신학교 프로그램이 이전보다 일반화된 것이다. 관련 자료를 확충하고 평가한 뒤 운영 방법을 얘기하려 한다.
-문해력 수리력 진단검사 기반으로 모든 학생의 기초학력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일반 학생들 기초학력은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혁신교육이 시험을 하나도 안 본다고 생각하는 데 오해다. 서울시교육청은 별도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다양한 방법으로 모든 학생의 기초학력을 진단한다. 올해는 작년보다 거의 2배 이상 진단검사를 받는 학생이 늘었다.
-내년에 로드맵이 더 발전하는 것인가.
▶올해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서울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어떤 식으로 변화하는지 더 자세하게 데이터를 확보할 것이다. 그리고 작년과 올해를 비교하면서 어떤 방향으로 정책을 실시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만들 것이다.
-기초학력 중 문해력에 대해 걱정이 큰 것 같다.
▶직접 와서 검토해 보니 기초학력 프로그램은 자부심을 가져도 될 정도다. 문해력 저하에 대해서는 어휘력 증진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 방학을 이용해 짧은 기간 부모와 함께하는 어휘력 아카데미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예산이 미지수다.
-공약한 역사자료센터 건립에 2억 원밖에 배정되지 않을 정도로 예산이 부족한 것 같다.
▶사실 예산이 취임 전에 이미 어느 정도 만들어져 있어서 시간이 없었다. 저에겐 임시적인 예산이었고, 다듬어야 한다. 예산 심의 과정에서 더 그렇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
-고교 무상교육 법안 일몰로 이대로라면 교육청이 내년부터 고교 무상교육 비용을 전액 부담한다.▶기존처럼 정부가 재정의 47.5%를 책임지는 안과 교육청이 전부 감당하는 안이 대립하고 있다. 와서 보니 교육청이 감당할 정도의 예산 상황이 아니다. 정부가 부담하던 것을 당분간 유지돼야 한다고 얘기했고, 국회에서 잘 논의해 주시면 고맙겠다.
-유보통합도 실시되지 않나.
▶유보통합 등 중요한 아젠다를 던졌는데 거기에 맞는 제도 변경이나 적합한 재정계획이 (현실과) 격차가 있다. 정부를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지만, 현재 재정 계획이 뚜렷하지 않다. 방향은 옳지만, 모든 것을 교육청이 짊고 간다는 건 무리 아니겠나. 물론 교육청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서울 학생인권조례가 관심이다. 폐기·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나.
▶조례 폐지와 관련해 대법원 계류 중이라 사법부 결정을 봐야 한다.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권이 추락한 게 아니고, 여러 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결합해 교권이 흔들린다고 판단한다. 다만 교실 현장에서 교권에 대해 큰 우려를 하는 만큼 어떤 식으로 교권을 지켜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최근 인천에서도 특수교사가 사망했다.
▶특수학교 과밀학교 문제를 포함해 어떻게 개선할지는 모두의 고민거리다. 다만 다른 외부적 요인과 정책적 요인이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올바른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모든 걸 정책으로 모는 건 일종의 교육의 정치화라고 생각한다.
-몇 달 전 한국은행이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제안하고, 서울대 총장이 '현실적으로 실행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나라의 과열 입시 교육 문제다. 과열된 입시는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사회·경제의 문제다. 경쟁은 불가피하지만 과열은 안 된다는 철학에 입각해야 한다. 더 완화된 경쟁, 정상적인 경쟁 체제로 가야 한다. 문제에 대해 교육청도 전향적으로 연구하고 학교 현장의 선생님들과 소통해야 한다.
-중학교 때 조기유학을 보낼 정도로 심각하다.▶포인트는 과열 입시경쟁의 '과열'에 있다. 과열을 톤 다운할 여러 방법이 있을 것이다. 전체적인 경쟁의 과열을 톤 다운 하는 것이 큰 국정·교육 과제라 생각한다.
-교육감께선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29일 AI 교과서가 발표된다고 한다. 발표하면 많은 전문가의 논의가 이뤄질 것이다. 예단하기보다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고, 교육 효과에 대한 검증이 차분하게 이뤄져야 한다.
-학교 스마트폰 제재 법안도 발의될 정도로 과도한 디지털 사용 우려가 있다.
▶조사해 보니 학교에 스마트폰을 맡기고 방과 후 찾아가는 학교가 대부분이다. 다만 디벗(서울 디지털 학습 도구) 등을 오남용하는 사례는 사실인 것 같다. 학생들이 똑똑해 유해 프로그램을 막아도 뚫린다고 한다. 그 문제도 실태조사를 해봐야 하는데, 스마트폰·디벗 오남용 문제는 조사 중이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수능을 앞둔 학생들에게 한마디.
▶그동안 수능 준비를 많이 했는데 대박 나시라. 2024년도 수능은 특별한 수능이다. 우리 수험생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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