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수시 이월·추가 합격' 안 하면 연·고대도 41% '미충원'

지난해 수시서 연·고대 의대 최초합격자 41% 등록 안 해
평균 2군데 합격…추가합격 제한 땐 수험생 불이익 커

2025학년도 대입 수시·정시 지원전략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와 수험생이 입시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대입 수시모집에서 미충원 인원이 발생했을 때 추가 합격자를 선발하지 않으면 연세대와 고려대 의대도 모집인원의 약 40%를 못 뽑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 주장처럼 수시 미충원 인원을 정시로 이월하지 않거나 추가 합격자 선발을 제한하면 의대는 물론 다른 의·약학 계열, 이공계 학과에도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의대 수시 이월인원 33명에 그쳐…모집인원의 2%

10일 교육계에 따르면 의정 갈등을 풀기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가 11일 출범을 앞두고 있지만 의대 교수 단체 등은 여전히 2025학년도 의대 모집정원도 재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수시모집에서 미충원 인원이 발생했을 때 정시로 이월하지 않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러나 수시 이월을 제한하는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4학년도 전국 39개 의대 수시모집에서 수시 이월 인원은 총 33명이다. 수시 모집인원(1658명)의 약 2%다. 2023학년도에는 13명에 그쳤고, 문·이과 통합 수능이 처음 시행된 2022학년도에도 63명에 불과했다.

추가 합격자를 선발하지 않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의대 교수 단체에서 수시 이월 제한을 주장하는 것은 결국 다음 단계로 추가 합격자 선발을 제한하기 위한 의도라고 교육계는 해석한다.

종로학원 제공

추가합격자 안 뽑으면 연·고대 의대 정원 41% 감축 효과

연세대 의대의 경우 지난해(2024학년도) 수시모집에서 1차 추가 합격자로 19명을 발표했다. 수시 모집인원(63명)의 30.2%에 해당한다. 고려대는 더 많아 모집인원(67명)의 50.7%에 해당하는 34명을 1차 추가 합격자로 발표했다.

두 대학 의대를 합하면 수시 모집인원(130명)의 40.8%(53명)에 해당한다. 수시모집에서 최초 합격자 중 77명만 등록하고 나머지 53명은 등록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서울대 의대 등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대는 최초 합격자가 모두 등록해 추가 합격자가 0명이었다.

고려대 의대는 2차 추가 합격자도 24명을 발표했다. 1차 추가 합격자(34명) 중에서도 10명만 고려대 의대에 등록했다. 미충원 인원 24명은 수시 모집인원의 35.8%에 해당한다. 연세대는 2차 추가 합격자로 5명(7.9%)을 발표했다.

수시모집에서 최초 합격자만 발표하고 나머지 미충원 인원을 정시로 이월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두 대학 의대 모집인원을 41%(53명) 감축하는 효과가 생긴다. 연세대는 30%(19명), 고려대는 51%(34명) 줄어든다.

한 차례만 추가 합격자를 선발할 때는 두 대학의 의대 정원을 22%(29명) 줄이는 효과가 있다. 서울권 의대는 정원이 늘지 않았는데도 덩달아 실질적인 정원이 줄어드는 결과가 생기는 셈이다. 수시모집에서 서울대는 2차례, 연세·고려대 등 다른 대학은 4차례 이상 추가 합격자를 발표한다.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9월 8일 열린 '사직 전공의들을 위한 근골격계 초음파 연수강좌'에서 사직 전공의들이 초음파 진단 실습을 하고 있다. 수련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은 정부와 여당의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제안에 '2025학년도 의대 정원'부터 논의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경기·인천, 지방권 의대 추가합격자가 모집인원보다 많아

추가 합격자를 선발하지 않고 수시 이월도 제한하면 경기·인천이나 지방권 의대는 대규모 미충원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종로학원이 전국 39개 의대의 2024학년도 수시모집 추가합격 현황을 분석한 결과 1670명의 추가 합격자자 발생해 모집인원(1658명)보다 많았다(100.7%). 평균 두 군데 의대에 합격해 그중 상위권 의대에 등록하는 게 일반적 양상이다.

서울 소재 의대는 수시 최종 합격자(371명)의 80.3%(298명)가 추가 합격자였다. 경기·인천 지역 의대 4곳은 추가 합격자가 123명(129.5%)으로 모집인원(95명)의 1.3배였다. 지방 소재 의대 27곳 역시 모집인원(1249명)보다 많은 1249명(104.8%)이 추가 합격자였다.

"수험생 복수합격 기회 줄어 불이익·혼란…의대는 더 심해"

수험생에게 미치는 영향도 크다. 수시모집에서는 수험생이 6회까지 지원할 수 있다. 의대 중복 합격자가 상위권 대학으로 빠져나가면 그 자리를 다른 수험생이 채우면서 이공계 학과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추가 합격을 제한하면 수험생 입장에서는 다른 대학에 합격할 수도 있었던 기회가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며 "불이익이나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고, 특히 의대 지원자는 더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서울대를 비롯해 대부분 대학은 모집요강에 "수시모집에서 발생한 정원 내 미충원 인원은 정시모집으로 이월해 선발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수시에서 미충원 인원이 발생할 경우 추가 합격자 발표 횟수와 일정도 공지한 상태다.

다른 입시 전문가는 "(모집요강을 바꿔) 수시 이월이나 추가 합격자 선발을 하지 않으면 대학 입장에서는 등록금 수입이 줄고, 수험생이 줄소송을 할 위험성도 있다"며 "의대 교수들은 그렇게 주장할 수 있으나 어느 총장이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겠느냐"고 했다.

jin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