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도 AI·반도체학과 강세…"상위권 학생 선호, 급격히 상승"

"의대 모집정원 확대…중복 합격 시 이탈 커질 수도"
인문계열 경영학과 강세 '여전'…어문학과는 '약세'

이공계 대학생들이 반도체 장비 교육을 듣고 있다. (램리서치코리아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장성희 기자 = 인공지능(AI)과 반도체로 중심축이 이동한 산업구조가 대학 합격 점수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의약학을 제외한 자연 계열에서 AI와 반도체 학과의 합격 점수가 가장 높았다.

반면 인문계열에서는 경영학과의 강세가 여전히 이어질 뿐 아니라 수험생들의 선호도가 더욱 집중되는 양상을 보인다.

3일 종로학원이 서울 소재 10개 대학을 대상으로 2024학년도 각 대학의 정시 합격 점수 3위권 이내의 학과를 분석한 결과다. 10개 대학은 △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였으며 자연계 39개, 인문계 31개 학과가 분석 대상이었다.

자연 계열에서는 AI와 반도체 학과가 각각 5곳으로 최상위 합격 점수 학과로 집계됐다. 이어 컴퓨터 관련학과 4곳, 전자·전기·화학·화학공학 각 3곳이 뒤를 이었다.

2021학년도만 해도 AI 학과는 단 1곳만이 상위권 학과에 위치했다. 그러나 2022학년도엔 2곳, 2023년에는 4곳으로 해가 갈수록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반도체 학과도 2021학년도 2곳에서 △2022학년도 2곳 △2023학년도 5곳으로 상승했다.

반면 2021학년도 3곳, 2022학년도 1곳이던 기계 관련 학과는 지난해부터 상위권 학과에 진입하지 못했다.

최상위권 대학인 서·연·고(서울·연세·고려대)로 대상을 좁힐 경우, 서울대 수리과학부가 백분위 평균 98.5점으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연세대는 시스템반도체공학·인공지능·화학·전기전자공학·생화학·생명공학·도시공학과가 95점 동점으로 가장 높았다. 고려대는 96.6점을 기록한 스마트모빌리티학부가 1등이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AI·반도체가 정책적 신설 학과, 대기업 계약학과 등과 연계되면서 상위권 학생들의 선호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며 "기존 이공계 인기 학과를 앞지르고 있다. AI·반도체 상위권 선호도는 현재 취업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의대 모집 정원 확대로 의대와 AI·반도체 학과에 중복으로 합격할 경우 이탈 현상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인문계열 경영학과 강세 '여전'…어문은 인기 '뚝'

전국 대부분 대학 개강일인 2일 서울 시내 한 대학교 교정이 학생들로 붐비고 있다. 2024.9.2/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인문계열에서는 6곳으로 집계된 경영학과가 합격 점수 상위권 학과에 가장 많이 분포했다. 경제·미디어·통계·행정학과가 각 3곳으로 뒤를 이었다.

경영학과는 최근 4년간 상위권 학과에 3번 이름을 올렸다. 2021학년도에는 경영·경제학과가 각 5곳이었으며 2022년에는 경영·경제·행정학과가 각 4곳이었다. 지난해만 정치·외교가 6곳으로 가장 많았다.

반면 어문 계열이 합격 점수 최상위 3개 학과에 진입한 학교는 단 한 곳도 없었다. 2021학년도에는 어문 계열 학과 3곳이 최상위 학과에 이름을 올렸으나 2022·2023학년도엔 각 1곳으로 줄었다.

서연고를 대상으로는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가 백분위 평균 98.5점으로 가장 높았다. 연세대는 문화인류학과가 94.3점, 고려대는 자유전공학부가 95.9점이었다.

임 대표는 "로스쿨 합격생들의 절대다수가 주요 상위권 대학에 집중되면서 인문계열에선 학과보다 대학 브랜드 선호 현상이 여전히 높다"며 "통합 수능에 따른 이과에서 문과 교차지원 등으로 점수 상황도 매년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전히 상위권 학생들은 취업난 등의 영향으로 경영·경제·미디어 관련학과 집중도가 높게 나타나고, 어문 계열 관련 학과는 최상위 합격 점수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며 "향후 상위권 학생들의 선호도를 높일 수 있는 정책학과 신설,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학과 발굴·재편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grow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