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무상교육 정부 지원 연장…여당도 '생색내기' 법안 발의

정부 경비 지원 3년 연장…분담 비율 '15%→10%→5%' 감축
야당, '감축 없이 지원' 입장…교육부 "재정당국과 협의" 신중

고등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서울=뉴스1) 장성희 기자 = 정부 예산 삭감으로 내년부터 시도 교육청이 고등학교 무상교육 예산을 전부 부담해야 하는 가운데 야당에 이어 여당도 정부 지원을 연장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여당이 직접 법 개정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27일 교육계에 따르면, 국회 교육위원회 여당 간사인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24일 고교 무상교육 예산 정부 지원 연장을 담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교육위 소속 여당 의원과 당 지도부인 김상훈 정책위원장, 인요한 최고위원 등이 발의자에 이름을 올렸다.

고교 무상교육은 고교생에게 입학금과 수업료, 교과서비, 학교운영지원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2019년 2학기 고교 3학년을 시작으로 2020년 2학년, 2021년 1학년으로 확대됐다. 고교 무상교육에 드는 예산은 법에 명시한 특례 규정에 따라 정부와 교육청이 각각 47.5%, 지방자치단체가 5%를 부담하기로 했다.

하지만 특례 규정이 올해 12월 31일까지 효력을 가져 내년부터는 정부와 지자체가 부담하던 몫까지 모두 교육청이 부담해야 한다. 정부도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52억 6700만 원만 편성했다. 올해 9438억 9800만 원에서 99.4% 삭감됐다. 52억 6700만 원도 내년 고교 무상교육 예산이 아니라 2023년 정산분이다.

약 2조 원에 달하는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전부 떠안아야 하는 시도 교육청에선 내년 도입하는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와 2학년으로 확대하는 늘봄학교 등 다른 사업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24일 AI 디지털교과서와 관련해 "시도 교육청 예산이 부족하므로 지속 가능한 예산 지원을 제안한다"고 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한 시도 교육청 관계자는 "(정부의) 세입 재원이 없어지는 만큼 (AI 교과서, 늘봄학교 등) 다른 사업을 못 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교 무상교육에 대한 정부 지원을 이어가기 위해선 법을 개정해야 한다. 여당의 개정안에는 중앙정부의 지원을 3년 유지하되 분담 비율을 △2025학년도 15% △2026학년도 10% △2027학년도 5%로 점차 낮추는 내용이 담겼다. 일몰법의 규정을 따라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야당은 정부 지원 비율을 낮추지 않고 기한을 늘리거나 아예 특례 규정의 유효기간을 없애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정복·서영교·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다.

교육부는 법 개정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처음 법을 개정할 때 (올해) 일몰로 정리가 됐었고 세수 상황, 학령기 아동 감소 같은 여러 가지 요소를 봐야 한다"며 "재정당국과 협의 중이며 여당, 국회와도 계속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grow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