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의원도 "패드 줬더니 수업시간에 유튜브…AI 교과서 우려"
[국감현장] 교육학술정보원장 "서책형·AI교과서 병행 상용"
대학 총장 "재정 위기 심각…등록금 동결 정책 현실화해야"
- 권형진 기자, 김경민 기자, 장성희 기자
(서울=뉴스1) 권형진 김경민 장성희 기자 =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케리스) 등을 대상으로 11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교육부 국정감사에 이어 내년 도입하는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가 도마 위에 올렸다.
정재영 케리스 원장이 AI 디지털 교과서에 대한 홍보성 발언을 이어가자, 야당뿐 아니라 여당 의원도 부작용이 훨씬 증폭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책형 교과서는 수정 보완 사항이 보통 20건 안팎인데 디지털 교과서는 2000건 이상 되는 곳도 있다"며 "충분한 개발 기간과 검증 기간이 보장이 안 돼서 이런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I 디지털 교과서 현장 적용까지 석 달 남았는데 아직 실물 공개가 안 됐다"며 "이대로 도입되면 학교 현장이 에듀테크 업체들의 테스트 베드가 돼 그 혼란에 대한 책임을 학교가 다 떠안아야 한다"고 따졌다.
정제영 원장은 "기존의 디지털 교과서라든가 에듀테크 기술들이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충분한 기간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에듀테크 기업의 시험대가 된다기보다 이미 검증된 기술이 결합해 활용된다"고 답변했다.
"인터넷이 안 되면 AI 디지털 교과서 사용이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백 의원의 질의에 정 원장은 "AI 디지털 교과서는 기본적으로 인터넷 환경에서 쓸 수 있도록 설계돼 있고 인터넷이 안 되면 사용이 어려운 측면이 있어 인프라 구축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 의원은 또 지난해 4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 개통 당시 '먹통 사태'를 거론하며 "AI 디지털 교과서도 서버 과부하나 서버 오류로 '교육 멈춤'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원장은 "AI 디지털 교과서만으로 수업을 진행한다면 멈춤이 있을 수 있을 텐데 서책형 교과서와 병행 사용이 된다"며 "초등학교 40분 수업에서 AI 디지털 교과서의 적정 활용 시간을 50% 미만으로 보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활용되는 비율이 우려하는 만큼 그렇게 높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당 고민정 원장은 "AI 디지털 교과서가 실체가 없고 학생들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연구한 게 없다"며 "AI 윤리를 규범할 수 있고 규제할 수 없는 법조차 없는 상황에서 교육부가 선제적으로 타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원장은 "새로운 기술이 도입될 때 우려가 있다는 점은 공감하고 있다"며 "교육부뿐 아니라 교육학술정보원에서도 다양한 주체들을 만나 우려되는 부분들을 함께 나누고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을 찾는 노력도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조정훈 의원도 "학부모들이 우려하는 첫 번째가 디지털 과의존이나 중독의 위험이 크다는 것"이라며 "현재 학교가 가정에서 디지털 기기를 많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AI 디지털 교과서 활용 과정에서 잘못된 활용이 늘어날지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국가 예산으로 중·고등학교에 패드를 나눠줬더니 아이들이 수업시간에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보고 있다"며 "AI 디지털 교과서는 이 부작용이 증폭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정 원장은 "디지털 기기는 가치에 있어서는 중립적인데 어떤 콘텐츠를 활용하고 활동을 하느냐에 따라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다"며 "AI 디지털 교과서와 무관하게 디지털 기기 활용을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더 많은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국정감사에 출석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 회장은 등록금 규제 완화와 재정 지원 확충을 국회에 요청했다.
박상규 대교협 회장(중앙대 총장)은 "지금 대학은 15년째 이어지는 대학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매우 심각한 재정 위기를 맞고 있다"며 "고등교육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재정 투자를 과감하게 시행해 달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2013년부터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이 시행되고 있으나 이도 내년이면 일몰이 된다"며 "일몰 조항을 폐지하고, 고등교육재정교부금 등을 제정해서 고등교육 재정이 획기적으로 확충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검토와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김영도 전문대교협 회장(동의과학대 총장)은 "대학이 갖고 있는 공통적 어려움이 재정 문제"라며 "장기간 등록금 동결이 돼 있는데 이제는 좀 현실화할 수 있는 부분에 관해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
이하운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도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16년 동안 등록금이 동결된 만큼 교육환경 투자가 굉장히 어렵다"며 "외국인 유학생과 직장인을 유입하고 있지만 학령인구 감소를 충분히 대비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등록금 인상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등록금이 인상되면 학생들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에 국가장학금을 확대해 상쇄한다고 해도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in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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