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은 두 다리, 족보는 족발보쌈"…교사 92% "학생 문해력 저하"

교총, 초중고 교사 5848명 대상 학생 문해력 조사
학생 5명 중 1명, 문제 이해 못해 시험 치기 곤란

578돌 한글날을 기념해 서울 종로구 경복궁 흥복전에서 4일 열린 '전 국민 받아쓰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두발 자유화' 토론하는데 두발이 두 다리인 줄 알았다네요." "족보를 족발 보쌈 세트로 알고 있습니다." "사건의 시발점이라고 했더니 선생님이 욕하냐고 하더라고요."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한글날을 앞두고 전국 초·중·고 교원 5848명을 대상으로 '학생 문해력 실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91.8%가 과거보다 학생들의 문해력이 저하됐다'고 응답했다. '저하됐다'는 응답은 53%, '매우 저하됐다'는 39%였다.

구체적으로 해당 학년 수준 대비 문해력이 부족한 학생이 '21%' 이상이라고 응답한 교사가 절반에 가까운 48.2%였다. '31% 이상'이라는 응답도 19.5%였다. 또 글의 맥락과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21% 이상'이라고 답한 교원도 46.6%나 됐다.

심지어 교사의 도움 없이는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21% 이상'이라는 응답도 30.4%였다.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 시험을 치기조차 곤란한 학생이 '21% 이상'이라는 응답도 21.4%였다.

학생들이 문해력이 부족해 당황하거나 난감했다는 사례도 속출했다. 주관식으로 사례를 받았더니 5000명 이상의 교사가 '하루, 이틀, 사흘, 나흘을 알지 못함', '사기 저하의 사기를 남을 속이는 사기라고 이해하고 있음', '금일을 금요일로 착각', '왕복 3회라고 했는데 왕복을 이해 못 함', '체험학습 계획표 중식 안내를 보고 짜장면 먹냐고 물음' 등 상황을 토로했다.

A 교사는 "이성 간의 예절에 대해 수업할 때 이성이란 말을 모르더라. 수업 중 진도를 나가는데 개념이 아니라 어휘 뜻을 설명해 줘야 한다"고 전했다. B 교사는 "단어까지 가르치면서 진도 나가기가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고, C 교사는 "정기고사 때 질문이 대부분 낱맡 뜻"이라고 하소연했다.

교사들은 학생 문해력 저하의 원인으로 '스마트폰, 게임 등 디지털매체 과사용'(36.5%)을 1순위로 꼽았다. 이어 '독서 부족'(29.2%), '어휘력 부족'(17.1%), '기본 개념 등 지식 습득 교육 부족'(13.1%) 순으로 나타났다.

학생 문해력 개선을 위해 필요한 방안으로는 '독서 활동 강화'(32.4%)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어휘 교육 강화'(22.6%), '디지털매체 활용 습관 개선'(20.2%), '토론‧글쓰기 등 비판적 사고 및 표현력 교육 강화'(11.4%)를 들었다.

교사들은 디지털기기가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뿐만 아니라 필체에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인식했다. '학생들의 필체가 어떻게 변화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필체 가독성이 나빠졌다'는 응답이 94.3%에 달했다.

교총은 "학생들이 다른 사람 도움 없이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하고 시험 치기도 곤란한 현실은 정말 심각한 문제"라며 "문해력 저하는 학습 능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대인 관계와 향후 성인이 된 이후 사회생활에도 부정적 영향과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총은 이어 "학생 문해력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진단‧분석부터 시작하고, 디지털기기 과의존‧과사용 문제를 해소할 법·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며 "독서, 글쓰기 활동을 강화하는 대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in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