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의대 1학년 7500명·6년→5년 단축…"교육 질 하락 불가피"

내년 1학기 복귀 전제 휴학 승인…미복귀 시 유급·제적
대학 수업 공간·인력 부족…교육과정 6년→5년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과대학의 모습. /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장성희 권형진 강승지 기자 = 8개월째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이 복귀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교육부가 '조건부 휴학'을 승인했다. 학생들이 올해 안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을 인정한 만큼 내년 의대 수업을 바라보는 불안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7일 교육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가 '내년 복귀'를 조건으로 의대생 휴학을 승인하기로 한 것은 올해에는 학생들이 돌아올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대 의대가 처음으로 의대생 휴학 신청을 일괄 처리하면서 다른 대학이 동요하는 것을 조기 진화하는 뜻도 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전날인 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2025학년도 시작에 맞춰 복귀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제한적 휴학 승인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또 유급·제적 가능성도 처음으로 공개 언급했다. 의대생 복귀의 '골든타임'으로 공언한 9월이 지나고 서울대에서 기습 휴학까지 나오자 움직임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의대생들이 내년에 강의실에 복귀해도 '과밀 수업'은 이제 피할 수 없게 됐다. 유급하거나 휴학계를 제출한 학생들이 내년에 복귀할 시 그 규모는 약 7500명으로 예상된다. 의대 정원의 약 2배에 달하는 숫자다.

이에 이 부총리는 "증원된 신입생들이 입학하고 휴학생들도 복귀하는 만큼 학생 규모와 교육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교육과정 운영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큰 폭으로 늘어나는 학생 수를 대비해 학사 운영을 준비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학가에서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학습 공간과 교수 인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레 늘어나는 학생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앞서 서울의 한 사립대 A 총장은 "대부분 대학이 여유로운 공간을 쓰지 못하고 뽑을 교수가 없는 형편"이라며 "증원이 안 돼도 가르치기 힘든데 내년이 더 큰 문제"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가천·충북대처럼 입학 정원이 2배 이상 증가한 학교나 적은 인원으로 운영되는 실습수업의 경우 이런 문제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6년인 의대 교육과정을 최대 5년으로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교육부의 시행령 개정안도 수업 정상화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강의 밀도가 높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수업을 개편할 경우 부작용이 필연적으로 뒤따라온다는 설명이다.

정재훈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의대 교육과정이 계속 복잡해지고, 교육 시간은 늘어나고 있다"며 "1년 치의 교육과정을 나머지 5년에 더 넣게 되면 학생들의 수업 부담은 늘어나고 강의는 통일성 측면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교육부에선 이대로라면 의료 인력 공백이 불가피해 의대 교육과정을 줄이는 내용을 제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휴학 인원이 생기면 거기에 따른 의료인력 지연 배출이 예견돼 탄력적인 학사 운영을 통해 기간을 줄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grow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