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식 "서울 혁신교육 계속돼야…퇴행적 교육정책 막겠다"
[인터뷰] "교육감 선거지만 정부 정책 지지 반영될 것"
"'불통 교육정책' 막고, 서울교육 기반 튼튼히 잡겠다"
- 권형진 기자, 장성희 기자
(서울=뉴스1) 권형진 장성희 기자 = "운명 같은 것이 나를 지금의 자리로 이끌어 온 것 같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2주기에 맞춰 문재인 전 대통령이 펴낸 '문재인의 운명'에 나오는 구절이다.
다음 달 16일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서 사실상 진보 진영 단일 후보로 출마한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에게도 이번 선거는 '소명'처럼 찾아왔다고 했다.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이 '해직교수 부당 특별채용'으로 직을 상실해 진보 진영 후보 단일화 기구의 경선이 시작될 때만 해도 그가 '단일 후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많지 않았다.
최초 8명이나 되는 후보 중에는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도 있었고 강신만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위원장, 김용서 전 교사노동조합위원장, 김경범 서울대 교수처럼 교육계에서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 많았다.
출마 자체도 갑작스러웠다. 조 전 교육감의 대법원 판결이 나기 전까지 그는 교육감 선거 출마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대법 판결 후 주변에서 출마를 권유하자 3일 동안 고민했다고 한다.
27일 후보 등록 후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정 후보는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교육적, 사회적 위기에서 제가 쌓아온 경험들이 서울 교육에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 후보는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로 40여년 재직하며 교육과 연구, 민주화의 길을 걸어온 '행동하는 사회학자'라 불린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위원,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근현대사의 폭력과 상처를 연구하고, 치유와 화해를 위한 실천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초·중등교육에서는 비전문가이지만 주변에 많은 전문가가 있다. 서울 교육의 구체적인 문제에 관해서는 그분들과 상의하면 된다"며 "서울 교육의 방향을 조금 더 튼튼한 기반에 놓는 게 제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특히 "혁신 교육은 과거 교육계에 남아 있던 권위주의적 잔재를 정리하고 취약계층에 전가될 수 있는 교육 불평등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며 "10년 했으니 그만하자고 할 게 아니라 계속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육감 선거이지만 윤석열 정부 정책에 대한 지지 여부가 이번 선거에 많이 반영될 것"이라며 "'불통 교육정책'을 막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퇴행적 교육정책'을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고 밝혔다.
'운명'을 쓴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한 차례 고배를 마신 뒤 결국 대통령이 됐다. 서울 교육계에선 '무명'에 가까웠던 조희연 전 교육감은 우여곡절 끝에 당선돼 '서울 최초 3선 교육감'이 됐다.
정 후보는 "'이길 수 있나'는 질문은 저에게 중요하지 않다. 시대의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는 책임감 같은 게 있다"고 했다.
jin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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