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회계 부정' 휘문고, 자사고 유지…서울교육청 "상고"(종합)

항소심 "취소 근거 시행령 조항 효력 인정 안 돼"
교육청 "깊은 우려와 유감…비리 사학에 면죄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휘문고등학교 모습.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권형진 이세현 기자 = 50억여 원의 회계 부정이 적발돼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지위가 박탈될 위기에 몰렸던 휘문고등학교가 기사회생했다. 1심과 달리 항소심 재판부가 휘문고 손을 들어줬다. 서울시교육청은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하며 '상고 계획'을 밝혔다.

25일 서울고법 행정11-1부(부장판사 최수환·윤종구·김우수)는 학교법인 휘문의숙이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객관적 처분 사유에 대한 1심 판단은 수긍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교육청이 처분의 근거로 삼은 시행령 규정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교육청은 당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의3을 근거로 휘문고의 자사고 지정을 취소했다. 해당 조항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회계를 집행한 경우' 교육감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재판부는 "해당 조항은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 학교법인의 사립학교 운영에 관한 내용을 변경하는 새로운 내용으로 봐야 한다"며 "모법인 초·중등교육법 제61조가 위임한 범위를 벗어난 것이므로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효력 없는 시행령을 근거로 한 이 사건 처분은 부당하다"며 1심을 취소하고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1심 판결을 뒤집은 항소심 판결에 서울시교육청은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며 "법원 판결문이 송달되는 대로 면밀히 검토 후 상고할 계획"이라고 했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2018년 감사에서 휘문고 명예이사장 김 모 씨와 법인사무국장 등이 공모해 2011년부터 2017년까지 38억 2500만 원을 횡령한 사실을 적발했다. 자사고 지정 이전까지 포함하면 횡령 액수가 50억 원이 넘는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를 근거로 2020년 교육부 동의를 거쳐 휘문고의 자사고 지정취소를 결정했다. 휘문고는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 효력 정지와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항소에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휘문고는 현재까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2022년 9월 1심 판결에서 서울행정법원은 휘문고가 장기간 지속적인 대규모 회계 부정으로 사립학교의 공공성을 상당히 침해했으며 교육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책무 또한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해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의 적법성을 인정했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판결은 회계 부정이 명백한 자사고 지정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만, 교육청의 감독권을 무력화시켰다"며 "자사고의 회계 부정 방지를 위해 제정된 자사고 지정취소 관련 법령의 취지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설세훈 서울시교육감 권한대행은 "자사고가 존치된 상황에서 사학의 회계 부정을 용인하고 비리 사학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향후 사학의 부패행위 사전 차단 및 사립학교의 재정 투명성 확보를 위한 교육청의 관리·감독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jin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