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10명 중 7명, 서이초 이후에도 언어·신체·성폭력 경험

10명 중 4명 1년간 심리상담 또는 정신과 진료 경험
"아직 근무 여건 열악…사회·국가적 대책 마련해야"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49재 추모제 및 '공교육 멈춤의 날'. 집회에 참석한 교사들이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서울=뉴스1) 장성희 기자 =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후 1년이 넘었으나 교사 10명 중 7명이 업무 중 언어·신체·성적 폭력 등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교사노동조합(전교조)은 '공교육 멈춤의 날' 1주년을 맞아 7~8월 녹색병원과 함께 교사 1964명의 답변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수치가 나왔다고 4일 밝혔다. 공교육 멈춤의 날은 서이초 교사 49재를 맞아 교사들이 사망한 교사를 추모하고 교권 보호를 촉구한 날이다.

전교조는 지난 1년간 교사의 68.1%가 언어폭력을 경험하고 △신체 위협(20.6%) △성희롱(15.8%) △원치 않는 성적 관심(15.5%)을 당했다고 말했다. 일반 산업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근로환경조사(언어폭력 경험 3~6%, 신체 위협 및 폭력 0.5%, 성희롱 및 폭력 경험 0.4%, 원치 않는 성적 관심 1% 미만)결과를 상회하는 수치다.

정신건강과 관련해서는 교사의 23.4%가 경도의 우울 증상을, 43.9%가 심한 우울 증상을 겪고 있었다. 교사 중 40.3%는 지난 1년간 심리 상담 또는 정신과 진료 경험이 있었다.

또 언어폭력을 경험한 교사 중 외상 후 스트레스 장해 고위험군은 37.6%로 확인됐다. 신체 폭력을 경험한 교사 중 45.8%, 성희롱을 경험한 교사 중 48%, 원치 않는 성적 관심을 경험한 45.6%도 이 같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직무 스트레스와 관련해 학부모 상담 및 민원 대응 업무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한 교사는 38.8%에 달했으며, 학생 생활지도·상담(27.7%), 행정업무(21.5%)가 뒤를 이었다. 전교조는 학부모, 학생 상담 및 민원, 행정업무에 대한 부담이 수업에 비해 10배 가까이 높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전교조는 "교사가 직무 수행 중 겪는 정신적 위협은 재난 상황"이라며 "지난해 사상 첫 '공교육 멈춤의 날'을 성사했지만, 아직 근무 여건은 열악하고 입법 과제는 산더미처럼 쌓여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대한민국 교사들은 국가적 지원 부재 상황에서 무한한 책임만을 강요받았다"며 "사회·국가적 지원과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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