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역사 교과서 '자유민주주의' 넣었다…8월15일은 '정부 수립'
내년부터 사용할 중·고교 교과서 16종 검정 통과
위안부 축소 논란…이승만 전 대통령 긍정 서술
- 권형진 기자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새 교육과정에 따라 내년 3월부터 학생들이 공부할 역사 교과서 검정 결과가 공개됐다.
이번 교과서에는 '민주주의' 대신 보수 학계에서 요구해 온 '자유민주주의'가 반영됐다. 역사 교과서를 새로 만들 때마다 반복된 '역사 갈등'이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새 교육과정(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제작된 초·중·고교 검정 교과서 심사 결과를 30일 관보에 게재했다.
내년부터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에 2022년 개정된 교육과정이 적용되면서 이에 맞춰 제작한 교과서다.
최근 '건국절' 논란 등으로 관심이 집중된 역사 교과서는 중학교 7종, 고등학교 9종 등 총 16종이 검정 심사를 통과했다.
중학교 역사①·②는 동아출판, 지학사, 미래엔, 리베르스쿨, 비상교육, 해냄에듀, 천재교과서 7개 출판사가 만든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했다.
고등학교 한국사1·2에서 검정을 통과한 출판사는 9곳으로 동아출판, 비상교육, 지학사, 리베르스쿨, 해냄에듀, 한국학력평가원, 천재교과서, 씨마스, 미래엔이다.
한국학력평가원은 이번에 처음 검정 심사를 통과한 출판사다. 박근혜정부에서 기존 역사 교과서가 좌편향됐다며 국정교과서를 추진한 점을 고려하면 보수학계의 시각이 반영된 교과서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확보한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를 보면 '이승만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국내외에 선포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민주주의' 대신 보수학계에서 주장했던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진보학계는 '민주주의'만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보수학계는 '민주주의'만 쓰면 북한의 '사회민주주의'와 구분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교과서는 또 1948년 유엔 총회에서 승인된 '한국 독립 문제 결의문'을 소개하는 참고자료에서 '코리아(한국)에서 유일한 합법적인 정부'라고 언급한 책을 인용했다.
다만 '건국절' 논란을 불러온 '1948년 8월 15일'에 대해서는 보수학계에서 주장하는 '대한민국 수립' 대신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논란을 피해 갔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경우 '젊은 여성들을 끌고 가 끔찍한 삶을 살게 하였다'고 한 문장으로 간단하게 서술했다. 성 착취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은 빠졌다.
대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하는 이유,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등에 대한 연습 문제와 참고자료를 넣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인 서술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이 교과서는 '광복 후 우리 역사에 영향을 끼친 인물 7인'을 특집 자료로 실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 사진을 가장 먼저 실으면서 '광복 후 독립촉성중앙협의회를 결성하고 신탁통치 반대와 남한 단독 임시정부 수립을 주장했다'고 기술했다.
이승만 정권을 서술한 다른 부분에서는 '독재', '독재 체제'라고 표현한 다른 교과서와 달리 '장기 집권', '자유당의 집권 연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다른 부분에서는 '이승만 대통령이 친일파 처벌보다는 반공을 우선시하면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 활동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과오를 언급했다.
검정을 통과한 새 교과서는 현장 검토를 위해 다음 달 2일 학교에 배포된다. 학교에서는 교사 의견을 반영해 내년에 어떤 교과서를 사용할지 10월까지 결정하게 된다.
jin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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