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지역 의대'…사립의대 40% 수도권 병원서 실습
비수도권 사립 18곳 중 7곳 '수도권 실습 비중' 절반 넘어
지역의대 졸업해도 수도권서 수련하면 78% 수도권 근무
- 권형진 기자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비수도권에 있는 사립 의대 중 약 40%는 해당 지역에서 실습하는 시간이 절반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대는 지역에 있지만 실습은 주로 수도권에 있는 부속·협력병원에서 하는 것이다.
비수도권 의대를 졸업해도 수도권에서 실습하고 수련할 경우 수도권에 남은 비율이 월등하게 높다.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내세운 정부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국·사립대학 의대 실습·수련병원 현황'에 따르면 지역 사립대 의대 18곳 중 절반인 9곳이 서울·경기·인천에 부속·협력병원을 운영한다.
실습시간 비중을 보면 전체의 38.9%에 해당하는 7곳은 실습도 주로 수도권에 있는 부속·협력병원에서 하고 있다. 2022년 기준 A 대는 의대가 있는 지역에서 실습하는 시간이 전체 실습시간의 8.5%에 불과했다. 나머지 91.5%는 모두 수도권에 있는 부속병원에서 실습한다.
의대가 있는 해당 지역에서 실습하는 비율이 B 의대 10.1%, C 의대 17.3%, D 의대 20.1%, E 의대 31.5%, F 의대 48.7%에 그쳤다. G 의대는 실습시간을 전부 부속·협력병원이 있는 수도권에서 했다. 사실상 '무늬만 비수도권 의대'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H 의대는 절반은 해당 지역에 있는 부속병원에서, 나머지 절반은 수도권 부속병원에서 실습했다. 나머지 10개 사립의대는 거의 100% 해당 지역에서 실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I 의대는 수도권에 부속병원이 있지만 실습은 전부 해당 지역 부속병원에서 한다. 9개 지역 국립대 의대도 해당 시도에서 실습과 수련을 진행했다.
지역 의대 출신이라도 실습과 수련을 수도권에서 하면 대부분 지역을 떠나는 게 현실이다.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비수도권 의대 졸업자(1548명) 중 수도권(763명)에서 수련한 전문의는 약 78%(598명)가 수도권에서 근무했다.
반면 비수도권(783명)에서 수련 과정을 밟은 전문의는 82%(641명)가 비수도권에 남았다. 2017년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후 2020년 말 요양기관에 근무하는 의사 2278명을 조사한 자료다.
비수도권에 있지만 대부분 실습과 수련을 수도권에서 하는 의대 정원을 대폭 늘린 것은 정부가 내세운 지역·필수의료 강화 취지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확대한 의대 정원 2000명 중 82%(1639명)를 지역 의대에 배정했다.
지역 사립 의대는 120~150명 수준으로 정원을 확대했고 50명 미만 소규모 의대는 최소 100명 수준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정원을 늘렸다. 지역거점 국립대는 정원을 200명 이상 확보하도록 배정했다.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렸지만, 여전히 인구 179만 명인 전남은 의대가 없다. 254만 명인 경북은 의대가 1곳, 323만 명인 경남도 1곳에 불과하다. 인구가 비슷하거나 오히려 적은 충북(159만 명)과 충남(213만 명), 전북(174만 명) 강원(152만 명)에 의대가 2곳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김 의원은 "자기 지역을 벗어나 실습시키는 '무늬만 비수도권 의대'는 정부 정책의 방향에서 벗어난다. 지역의료 취지를 감안하면 이들 의대는 증원을 최소화하는 것이 적절했다"며 "의대가 필요한 곳, 지역의사제를 하겠다는 곳에 의대를 신설하는 것이 더 지역의료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jin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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