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수능 100일 기도 나선 학부모…"실수 없이 하던대로만"
33도 웃도는 날씨에…"아침부터 기도하러 왔다"
교육당국 향한 불신도 드러내…"더 이상 변수 없어야"
- 장성희 기자
"수능이 100일 남아 기도하러 아침부터 안산에서 왔어요."
(서울=뉴스1) 장성희 기자 = 2025학년도 수능을 100일 앞둔 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서 기도를 드리고 나서던 50대 여성 정 모 씨는 "지방에서 간호대를 다니던 아들이 군 전역 후 다시 대학 입학을 준비해 기도하러 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계사는 지난달 26일부터 '111일 화엄성주기도'를 시작했다. 수능생 학부모들을 포함한 신자들은 오후 2시가 되면 대웅전으로 와 기도를 드린다. 이날 방문한 대웅전 옆에는 '대입 합격', '수능 고득점' 등 문구가 적힌 종이가 줄줄이 걸려 있었다. 조계사에 따르면 수능 기도를 신청한 학부모만 1000명을 넘는다.
대웅전은 수능 기도를 하러 온 학부모, 할머니들로 가득 찼다. 낮 기온이 33도를 웃도는 푹푹 찌는 날이었으나 이들은 선풍기 바람에 의지하는 대웅전에서 기도에 몰두했다. 볼이 상기되고 땀이 송골송골 맺혀도 이들은 꿋꿋이 불교 경전을 읽고 불상을 향해 머리를 숙였다.
각각 반수생 자녀를 둔 40대 여성 정 모 씨와 강 모 씨도 부처님께 기도를 드리기 위해 조계사를 찾았다. 정 씨와 강 씨는 "바뀐 입시정책 변화가 아이들이 반수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며 "올해는 (아이들 같은) 반수생도 많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늘어난 반수생에 안산에서 온 정 씨도 신경을 쓰는 눈치였다. 그는 "반수생들이 대거 들어와 상위권뿐 아니라 중하위권까지 치열한 다툼이 될 것 같다"며 "6월 모의평가까지는 괜찮았지만 (반수생이 들어오는) 9월 모의평가가 문제"라고 토로했다.
학부모들이 남은 기간 교육 당국에 바라는 건 '변수를 만들지 않는 것'이었다. 특히 이들은 지난해 벌어진, 이른바 '킬러문항 논란'를 떠올리며 교육부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정부가 고난도 문항을 제외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실질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는 의미다.
40대 여성 정 모 씨는 "(지난해부터)교육부의 발표가 현장에 혼란만 더 남겼고 이제 다들 (교육부를) 신뢰하지 않는다"며 "남은 기간엔 특별한 발표 없이 조용히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험을 준비하는 자녀에 대한 바람도 드러냈다. 정 씨는 "실수 없이 시험을 보면 좋겠지만 언제나 변수란 게 있고, 아들도 처음 시작할 때보다 자신감이 떨어졌다"며 "욕심부리지 않고 자기가 준비한 만큼 결과가 나오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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