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교실 냉방 충분한데…복도·화장실 에어컨 필요할까"
덥고 습한 여름철 날씨 극심…"냉방 사각지대 없애야"
복도 에어컨 설치 '시기상조'…전기요금 등 현실적 문제도
- 장성희 기자, 김기성 기자
(서울=뉴스1) 장성희 김기성 기자 = "이동 수업일 때 빼고는 교실 밖에 안 나가요."
며칠 전 여름방학을 맞이한 중학생 이 모 양은 뜨거웠던 학교 복도를 떠올리며 "복도에 에어컨을 설치한 학교가 부럽다"고 말했다. 에어컨이 설치된 교실에서 나와 복도로 들어서면 어느새 덥고 축축한 공기로 숨이 턱턱 막혔기 때문이다.
29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습식 사우나' 같은 날씨가 극심해지면서 복도·화장실 등 학교의 냉방 사각지대에 대한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학생들은 냉방시설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고 있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사서로 근무하는 A 씨는 "학생들이 복도에도 에어컨을 설치하면 안 되겠냐는 이야기를 종종 했다"며 "아침에 학생들이 더운 복도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워 최대한 일찍 도서관 문을 열려고 출근 시간을 앞당겼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덥고 습한 날씨에 더위에 약한 학생들의 건강 문제도 지적받고 있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 박 모 씨는 "화장실의 경우 복도보다도 습도가 훨씬 올라간다"며 "습도도 점점 높아지는 만큼 이제는 복도 에어컨 설치를 논의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보건법에 따르면 학교시설의 실내 온도는 30~80%로 유지해야 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평균 습도는 81.1%로 3년 새 10%포인트(p) 증가했다.
다만 복도까지 에어컨 설치를 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복도나 화장실 같은 공간에서 오래 머무는 일이 없을뿐더러 교실의 경우 이미 냉방이 잘 운영되고 있다는 얘기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교사 B 씨는 "교실은 오히려 추워 여자애들은 담요를 뒤집어쓰는 게 일상"이라며 "학교가 탄소 배출감소 일선에 있는 공간인 만큼 어느 정도의 불편은 참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기요금 등 현실적 문제도 있다. 백승아 의원실이 28일 공개한 '전국 교육청 학교 전기요금 현황'에 따르면 전기요금 인상으로 학교가 부담하는 금액이 2년 동안 46.5% 증가했다. 전기요금 부담이 커지고 있어 추가로 에어컨을 설치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A 씨는 "전기요금 문제로 에어컨도 마음껏 틀 수 없는 상황에서 복도 냉방 논의는 시기상조"라며 "먼저 교실부터라도 학생들의 쾌적한 학습 환경이 보장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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