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5법 있지만, 교사들 "아동학대 모호한 기준에 어려움"
아동학대 신고에 교육감 의견 제출 의무화, 불기소 증가
교사들 84% "현장 변화 없다"…"정서적 학대 기준 손봐야"
- 이유진 기자
(서울=뉴스1) 이유진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이초에서 20대 새내기 교사가 교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이초 사건'이 18일로 1주기를 맞는 가운데, 교육 현장에선 '교권 보호 5법' 제정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변화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교사들을 학교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추가 법 개정과 현장 안착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17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8일 서이초 교사가 사망하기 전 부모의 지속적인 민원에 시달렸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교사들은 '무너진 교권 회복'을 외치며 거리로 나왔고, 이 사건은 '교권 회복'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계속된 교사들의 호소에 교육 당국은 한 달 뒤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을 발표했고 이후 '교권 보호 5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교권 보호 5법은 교원지위법,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아동학대처벌법이다.
교권 보호 5법에 따라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복지법 17조가 금지하는 신체적·정서적 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아동학대로 신고된 교원들에 대해 조사·수사가 진행될 경우 교육감이 의견서를 제출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가됐다.
법과 별도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대응 체계도 생겨났다. 교원들이 과도한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지 않도록 교육 당국은 교육청·학교가 민원 대응팀을 운영해 모든 민원을 통합 접수하도록 체계를 구축했다.
◇교권 회복 기대했던 교사들 "현장 변화 체감 어려워" 토로
이같은 변화 움직임에 교사들은 추락한 교권이 회복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표했지만, 1년이 지난 현재 현장에선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교육부가 이날 발표한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관련 정책 추진 현황'에 따르면 교원이 아동학대로 신고된 553건 중 387건(70%)에 대해 교육감이 '정당한 생활지도'로 의견을 제출했고, 이 중 137건(85.6%)은 '불기소' 또는 '불입건' 종결처리 되는 등 일부 변화가 생기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전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전국 유‧초‧중‧고 교원 42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 5법 개정이 교권 보호 제도 개선에 기여했다는 답변은 10명 중 1명에 가까운 11.6%에 불과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이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7~8일 서울시민과 교사 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에서도 84.1%는 교권 5법 개정 이후 "현장에 변화가 없다"고 주장했다. 서이초 사건 이후 변화가 없다는 응답도 교사의 77.4%에 달했다.
◇"아동복지법 '정서 학대' 조항 손질, 교육활동 보호해야"
특히 아동복지법의 '정서적 학대' 조항을 손봐서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교총은 "정부와 국회는 모호한 정서학대 기준을 명확히 하고 정당한 교육활동은 아동학대를 적용하지 않는 아동복지법 개정, 안전사고 시 교원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다면 민‧형사상 면책하는 학교안전법 개정,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 가해자에 업무방해 등 처벌을 강화하는 교원지위법 개정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여전히 교사들은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불안해하고, 체험학습조차 (안전사고) 책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며 교권 보호 3법의 추가 제·개정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한편 1주기 당일인 18일 서울시교육청과 6개 교원단체·교사유가족협의회 공동추모식을 개최하고 고인을 기리고, 교육활동보호와 교육공동체 회복을 다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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