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전담 조사관 도입 100일, 현장 물음표…"실효성 체감 안 돼"

교총 설문조사…"제도 도움되지 않는다" 42.5%
낮은 신뢰감 원인 지목…"지정 조사관제 등 검토해야"

새 학기가 시작된 4일 대전 서구 서부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신입생들이 학교 안내사항을 듣고 있다. 2024.3.4/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서울=뉴스1) 장성희 기자 =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조사관) 제도가 시행된 지 한 학기가 지난 가운데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현장의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교원과 학생은 낮은 신뢰감을 원인으로 꼽으면서 지정 조사관제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5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 따르면 지난달 6일부터 21일까지 교원 30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교원 42.5%는 제도 도입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도움이 된다"고 한 36.2%보다 약 6% 높은 수치다.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제는 그간 교사들이 맡았던 학교폭력 사건에 대한 조사와 보고서 작성, 위원회 참석 등을 퇴직 경찰, 퇴직 교원 등 외부 조사관이 담당하는 제도다.

교육부는 3월부터 전국 시도교육청에 조사관을 위촉해 학폭 관련 조사를 맡도록 했다.

학교폭력 업무를 맡은 교사가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교권 침해 등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아 업무 분리를 통해 교원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현장에서는 제도 안착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사와 학교폭력 사건을 분리하려는 취지와 달리 선생님이 조사에 동석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교사 10명 중 7명이 앞선 설문조사에서 조사관의 학교폭력 조사에 동석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정수경 초등교사 노조위원장은 이를 놓고 "전담 조사관이 교사의 동석을 요구하는 경우, 오히려 옆에서 교사가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며 "아직 조사관이 신설돼 업무가 수월해지거나 해결된 건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세종에서 3년간 근무한 고등교사 A 씨는 "조사관이 있어도 학교폭력 사안을 처음부터 확인하고 이관하는 과정을 선생님들이 맡다 보니 현장에서 실효성을 잘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조사관과 학생 간의 낮은 신뢰감이 원인으로 지목받는다. 간간이 학교에 오는 조사관을 아이들이 신뢰하지 못하면서 선생님이 자리에 동석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교총 관계자는 "아이들 입장에서는 생판 모르는 조사관이 오는 게 아니겠냐"며 "조사와 상담에서 제일 중요한 신뢰감이 떨어지다 보니 일부 학부모는 조사관이 아니라 선생님과 이야기하겠다고 말한다"고 했다.

결국 조사관의 수를 확충하고 각 학교에 대한 조사관 지정제를 실시해 더욱 현장에 대한 전문성과 익숙도를 높여야 한다는 게 교육계의 지적이다.

교총 관계자는 "학교 폭력 문제는 개별 학교의 특성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며 "현장을 파악하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조사관 수를 늘려 지정제로 운영하는 방식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조사관의 권한과 책임을 한층 구체화해 신뢰도를 높이는 방안 역시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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