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진단으로 경영위기대학 솎아낸다…8월 말 첫 결과 나와

[대학혁신 시대] ⑤재정 지원 끊고 강력한 구조 개선 유도
정부, 사립대 구조개선법 재추진…"컨설팅 기능 강화해야"

편집자주 ...대한민국을 덮친 '저출생 쇼크'로 대학과 지역이 동시에 소멸 위기를 겪고 있다. 대학 혁신으로 지역 위기를 극복하고 디지털 전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과감한 혁신'과 함께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뉴스1은 '대학혁신 시대' 시리즈를 통해 대학의 혁신 사례를 발굴하고 규제·제도 개선 방향을 함께 모색하고자 한다.

폐교로 방치된 한 지역 사립대 건물. /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교육부 주관 대학평가가 폐지된 후 처음 실시하는 재정 진단 결과가 8월 말 나온다. 재정 진단 결과 '경영 위기 대학'으로 지정되면 정부 재정 지원 제한과 함께 컨설팅을 통해 강도 높은 구조 개선을 추진한다.

4일 교육부에 따르면 2015년부터 3년 주기로 실시했던 대학기본역량이 올해로 폐지된다. 대학기본역량진단은 정부가 재정 지원을 받을 만한 대학을 골라내는 평가다. 주기대로라면 올해 평가를 해 내년 이후 재정 지원이 가능한 대학을 정해야 한다.

◇기관인증평가·재정진단 모두 통과해야 정부 재정지원

내년부터는 대학 협의체가 주관하는 '기관인증평가'와 한국사학진흥재단의 '재정 진단' 2가지를 활용해 경영위기대학을 지정하고 정부의 일반 재정 지원 기준으로 활용한다. 기관평가인증과 재정 진단을 모두 통과해야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부실 대학을 가려내는 역할은 사학진흥재단의 재정 진단이 맡는다. 매년 결산서상 재무 지표를 활용해 운영 손실, 부채 비율, 임금 체불 등을 파악해 구조 개선이 필요한 대학을 '경영위기대학'으로 판정한다.

경영위기대학으로 지정되면 교육부에서 지원하는 일반재정지원은 물론 특수목적 재정지원사업에도 참여할 수 없다. 신입생과 편입생은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없다. 다만 경영위기대학이라도 기관평가인증을 받은 대학은 일반상환 학자금 대출은 허용한다.

경영위기대학은 경영 자문을 실시해 강도 높은 구조 개선을 유도한다. 재무 구조 개선과 학과·대학 간 통폐합, 적정 규모화 등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지원한다. 구조 개선을 지원했는데도 회생이 불가능한 대학은 공익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으로 전환하는 등 퇴로를 마련할 방침이다.

◇재정진단 시범실시 결과 경영위기대학 30~40곳 가능성

사학진흥재단이 지난해 재정 진단을 시범 실시한 결과 30~40개 대학·전문대학이 경영위기대학에 해당했다. 상반기까지 기관평가인증을 받지 않았거나 통과하지 못한 곳은 대학 21곳, 전문대학 8곳 등 총 29개다. 최소 30~40곳은 정부 재정 지원이 끊기고 경영위기대학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말이다.

재정 진단 결과는 8월 말 발표된다. 다만 경영위기대학이 아니라 '국가장학금·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 등 이름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정부는 매년 9월 초 시작하는 대입 수시모집 원서 접수를 앞두고 '재정 지원 가능 대학', '국가장학금·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 명단을 발표해 왔다. 재정지원 제한대학이나 경영위기대학을 발표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경영 자문이 갖는 한계 또한 명확하다. 정원 감축이나 통폐합을 권고할 수는 있지만 강제성은 없다. 현행법상 사학진흥재단이 재정 진단을 할 수 있지만 구조 개선이나 퇴로 마련에 대해서는 근거 법령이 없다.

정부가 22대 국회에서 사립대학 구조개선법 제정을 재추진하기로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2022~2071)에 따르면 2021년 48만 명인 대학 입학자원이 2040년엔 26만 명으로 급감한다. 현재 대학 입학정원이 46만 명이어서 대학 절반은 문을 닫아야 할 만큼 위기의 강도가 크다.

◇"대학컨설팅센터 만들고 우수사례 아카이브 구축해야"

사립대 구조 개선과 퇴로를 마련하기 위한 법안은 21대 국회에서도 4개가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폐교 때 사학 설립자에게 청산 후 남은 재산의 최대 30%를 돌려주는 '해산장려금'이 논란이 됐다. '먹튀 보장법'이라는 비판에 교육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가교육위원회 전문위원인 김경회 명지대 석좌교수는 "지금 문 닫을 위기에 처한 대학이 대부분 (1996년) 대학설립준칙주의 이후 설립된 곳들인데, 초창기에 몇백억 원씩 투자했다"며 "재산 출연을 많이 했기 때문에 '출연 재산 환원금'이라는 이름으로 일부 돌려줄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대학의 자율적 구조 개선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대학 컨설팅'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순히 구조 개선에 그치는 경영 자문이 아니라 대학의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어야 대학의 자율적 혁신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은 지역에서 인구 유출과 청년 이탈을 막는 댐"이라며 "부정이나 부패 사립대가 아니라 지역에 있다는 이유로 어려운 대학은 하나라도 더 살려야 지역도 살고 대학도 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학 구조개혁이 연착륙하려면 몸집을 줄이면서 특성화할 수 있도록 '대학 컨설팅 센터'를 만들고 우수 사례 아카이브를 만들어 공유해야 한다"며 "대학 컨설팅도 정말 대학을 잘 아는 사람이 가서 학사와 교육과정, 학생 성공을 위한 지원까지 컨설팅할 수 있어야지 경영 자문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jin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