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정부만 쳐다볼 순 없다…지자체·기업 투자 끌어낸 사립대

[대학혁신 시대] ③과감한 혁신 계획 제시해 대규모 투자 유치
지역 기업 지원해 경제 성장 지원…대학에 재투자 선순환 추진

편집자주 ...대한민국을 덮친 '저출생 쇼크'로 대학과 지역이 동시에 소멸 위기를 겪고 있다. 대학 혁신으로 지역 위기를 극복하고 디지털 전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과감한 혁신'과 함께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뉴스1은 '대학혁신 시대' 시리즈를 통해 대학의 혁신 사례를 발굴하고 규제·제도 개선 방향을 함께 모색하고자 한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이 지난해 12월 13일 울산시 남구 울산대 행정본관에서 열린 글로컬대학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조민주 기자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학생 등록금과 정부 지원금에만 의존해서는 사립대가 지속 가능할 수 없다."

글로컬대학에 선정된 지역 사립대가 자체 재정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학이 지역과 동반 성장하기 위한 과감한 혁신 계획을 제시해 지자체와 지역 기업 등에서 투자를 받고, 이를 지역 기업에 투자해 성장하면 다시 대학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1일 대학가에 따르면, 포스텍은 앞으로 10년간 총 1조 2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아 세계적 대학으로 성장하기 위한 '제2 건학'을 본격 추진한다.

지난해 '글로컬대학' 사업에 선정되면서 교육부에서 5년간 받는 1000억 원이 마중물이 됐다. 사업에 선정되면서 경북도가 1000억 원을 투자하고 학교법인도 2000억 원을 보탰다.

이렇게 확보한 4000억 원 외에 학교법인이 향후 10년간 6000억 원을 추가로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또 졸업생과 동문 기업 등에서 기부를 받아 2000억 원의 재원을 더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해 글로컬대학에 선정된 울산대도 교육부에서 받는 1000억 원 외에 지금까지 1300억 원이 넘는 투자를 끌어냈다. 처음 목표로 삼았던 1000억 원을 초과 달성했다.

학교법인이 569억 원, 울산시가 300억 원을 투자하고 HD현대, SK에너지, S-OIL, KCC 등 지역 산업체가 375억 원을 보탰다. 현금이 약 760억 원이고 나머지는 토지, 건물 등 현물 투자다.

포스텍과 울산대가 기금 조성에 나선 것은 글로컬대학 사업도 5년이면 끝나기 때문이다. 울산대 관계자는 "기반만 닦고 사업이 끝나는 셈"이라며 "지산학 일체형 대학을 지속해서 추진하기 위해 1000억 원의 기금 조성을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와 지역 기업 등이 이들 대학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은 지역과 대학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과감한 혁신 계획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포스텍은 교육부와 지자체에서 받은 2000억 원은 대부분 지역 기업을 육성하는 데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지역 스타트업 발굴과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이미 모기업인 포스코에서 1000억 원을 투자해 초기 스타트업이 입주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다. 포항시의 투자를 받아 우수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인프라도 구축할 계획이다.

미국의 실리콘 밸리와 같은 공간을 대학이 있는 포항에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대학에서 파생된 스타트업이 대학 주변에 생기고 성공한 유니콘 기업이 나오면서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모델을 포스텍이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대학에 대한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포스텍 관계자는 "미국 사립대가 최상위권인 이유는 재정이 넉넉하기 때문"이라며 "대학 주변에 창업 밸리가 만들어져 성공한 스타트업이 나오고 이들이 대학에 기부하는 선순환 모델을 만들기 위해 초기에는 대학이 과감하게 재원을 투자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대 역시 지역 산업체에 연구개발(R&D)과 교육 서비스를 지원하고, 이를 통해 기업이 성장하고 수익이 나면 자연스럽게 대학에 추자로 투자하게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계획이다.

울산대 의대, 유니스트(UNIST) 서울아산병원, 울산대병원과 협력해 미래 메디컬캠퍼스 혁신파크 '울림'(Ulim)도 조성한다. 혁신 의료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역 산업체와 교육 지원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 HD현대와 협약을 맺고 외국인 근로자의 한국어능력시험(TOPIK) 응시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과는 함정 분야에 특화된 인재 양성과 기술 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jin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