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쇼크'에 대학 통합 러시…수도권도 안전지대 아니다

[대학혁신 시대] ①글로컬대학 선정 국립대 중심 통합 움직임
2041년 입학자원 16만명…사립대 자율적 구조개선 지원 필요

편집자주 ...대한민국을 덮친 '저출생 쇼크'로 대학과 지역이 동시에 소멸 위기를 겪고 있다. 대학 혁신으로 지역 위기를 극복하고 디지털 전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과감한 혁신'과 함께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뉴스1은 '대학혁신 시대' 시리즈를 통해 대학의 혁신 사례를 발굴하고 규제·제도 개선 방향을 함께 모색하고자 한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5월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회 뉴스1 대학혁신포럼에서 '저출생·디지털 전환 시대의 대학 혁신 방향'이란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뭉쳐야 산다." '저출생 쇼크'에 직면한 지방대학이 살아남기 위한 통합 움직임이 활발하다. 정부가 지방대학 혁신을 위해 대대적인 재정 지원을 약속하자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 추세를 고려할 때 재정지원사업을 통해 몇몇 대학을 지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원 감축, 통폐합 등 사립대학이 자율적으로 구조 개선을 추진하면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컬대학 중심 통합 움직임 활발…국공립대 위주 추진

30일 대학가에 따르면, 현재 통합이 진행되고 있는 대학은 부산대·부산교대, 안동대·경북도립대, 충북대·한국교통대, 강원대·강릉원주대 등이다. 정부가 5년 동안 1000억 원을 지원하는 '글로컬대학'에 지난해 선정된 대학들이다.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안동대와 경북도립대다. 두 대학은 최근 교육부 승인을 받고 내년 3월 통합 대학인 '국립경국대학교'로 새롭게 출범한다. 경국대학교는 경상북도의 국립대학교라는 뜻을 담고 있다.

통합 대학은 입학정원을 줄이고 캠퍼스별 특성화를 추진한다. 안동캠퍼스는 인문, 바이오, 백신 분야 지역 전략산업을 육성한다. 예천캠퍼스는 축산, 응급구조 등 지역 공공수요 분야 인재를 양성한다.

부산대와 부산교대도 지난 4월 두 대학 총장이 통합안에 서명하면서 통합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27년 3월 통합 대학 출범이 목표다. 강원대와 강릉원주대는 2026년 통합을 목표로 지난 2월 교육부에 통합을 신청했다. 충북대와 한국교통대는 2027년 목표로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통합 시도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충북대와 한밭대가 통합을 조건으로 올해 글로컬대학 사업에서 예비지정 대학에 선정됐다. 창원대는 경남 도립대학인 거창대, 남해대학과 업무협약을 맺고 통합에 나섰다.

사립대 중에서도 원광대와 원광보건대가 통합을 내걸고 예비지정을 통과했다. 두 대학은 같은 법인에서 운영하는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이다. 글로컬대학 사업을 통해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사립대는 원광대-원광보건대가 유일하다.

충북대학교에서 2월 21일 열린 글로컬대학 혁신 이행 협약·전략 포럼에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뉴스1

◇글로컬대학만으론 한계…사립대 자율적 구조개선 지원 필요

저출생 기조를 감안할 때 글로컬대학과 같은 재정지원사업으로 대학 몇 개를 통폐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3년 기준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0.72명으로,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들이 대학에 갈 때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해 출생아는 23만 명. 평균 대학 진학률 70%를 반영해 고교 3학년이 되는 2041년 대학 입학자원을 계산하면 약 16만 명이다. 2024학년도 4년제 대학 모집정원(31만 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전문대학까지 포함하면(51만 명) 약 30% 수준이다.

재정지원사업을 통한 통폐합은 국·공립대 위주인 한계도 있다. 현재 글로컬대학 사업으로 통합을 추진 대학은 모두 국·공립대다. 사립대는 올해 예비지정 대학으로 선정된 원광대·원광보건대가 유일하다.

사립대학이 80%를 차지하는 고등교육 생태계를 고려하면 사립대학이 자율적으로 구조개선에 나서고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를테면 사립대학이 자율적으로 정원 감축과 통폐합 등을 추진하면 정부가 이에 필요한 규제 특례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혁신과 성장을 추진할 수 있는 중장기 전략 수립을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수도권도 정원 감축 필요…특례조항 만들어 통폐합 지원해야

수도권 대학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2041년 대학 입학자원 16만 명은 2021년 기준 수도권 대학 정원 19만 명보다 3만 명 작은 규모다. 지방대학이 가장 큰 타격을 입겠지만 수도권 대학이라고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도권 대학도 정원 감축과 특성화 등을 통해 구조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인구 변동과 미래 전망: 지방대학 분야'에 따르면, 2021년 69개(전문대 포함)인 경기 소재 대학 숫자가 2046년이면 38개로 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도 54개에서 44개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서울 등 수도권 대학의 경우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4년제 대학의 총정원이 묶여 있다. 4년제와 전문대학이 통폐합하면 4년제 대학 정원이 늘어나는 것이 돼 추진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과거 한시적으로 도입했던 특례조항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대학 구조조정을 추진할 때 정부는 2012년까지 한시적으로 서울 지역 대학도 전문대학 정원을 50% 줄이는 조건으로 4년제 대학과의 통폐합을 승인한 바 있다. 지방대학이 서울·수도권 4년제 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하면서 폐지됐다.

국가교육위원회 전문위원을 맡고 있는 김경회 명지대 석좌교수는 "학령인구가 워낙 급격하게 감소하는 상황에서 지방대학을 대상으로 하는 글로컬대학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수도권 대학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통폐합, 정원 감축을 통해 규모를 줄이고 동시에 시대 변화와 지역 수요에 맞게 강점 있는 분야로 특성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교육부에 '대학 구조개혁 지원단' 같은 조직을 만들어 이를 지원할 필요도 있다" 제안했다.

jin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