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어린이집 통합 '첫발'…지자체 보육예산 이관 '난제'

복지부 예산·조직 교육부로 이관…'1국 3과' 신설
지자체, 보육 예산 44% 부담…교육청 이관 '난색'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견학 중인 분당 효자유치원 어린이들이 옥수수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 News1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교육부가 저출생 위기에 대응해 교육·돌봄을 상향 평준화하겠다며 '유보통합 실행 계획안을 발표했지만, 구체적 재원 계획은 빠져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추가 재원 확보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하는 보육 예산이 시도 교육청으로 이관되지 않으면 교육부 계획이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교육부에 따르면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전날 시행되면서 유치원과 어린이집 관리 부처가 교육부로 일원화했다. 유치원은 교육부,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관할하는 체계가 30여 년 만에 교육부로 일원화되면서 유보통합의 첫발을 뗐다.

관리 부처 일원화로 복지부가 맡던 보육 업무가 교육부로 이관됐다. 복지부 보육정책국이 이관되면서 교육부에 '영유아정책국'(3과)이 신설됐다. 복지부 인력 33명도 교육부로 넘어왔다. 복지부 보육 예산(4조 7701억 원)도 교육부로 이관됐다.

복지부의 보육 관련 예산·조직이 교육부로 이관된 것은 유보통합의 시작일 뿐이다. 유보통합은 유아교육(유치원)과 보육(어린이집) 체계를 통합하는 것이다. 중앙부처는 일원화됐지만 지방은 여전히 이원화 체계다. 유치원은 시도 교육청, 어린이집은 시도와 시군구 관할이다. 지자체가 지원하는 보육 관련 예산과 업무를 교육청으로 이관해야 관리 체계 일원화가 완성된다.

지자체 재원이 없으면 유보통합을 제대로 추진하기 어려운 구조다. 올해 지자체가 부담하는 보육 예산은 5조 105억 원으로, 전체 예산(11조 3115억 원)의 44%를 차지한다. 복지부 지원 국고에 대응해 지자체가 투자하는 부담금이 2조 9445억 원, 지자체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사업비가 2조 660억 원이다. 나머지 1조 5309억 원은 유아교육특별회계에서 어린이집에 지원하는 금액이다.

교육부 제공

교육부는 전날 발표한 '유보통합 실행계획안'에서 광역·기초지자체 일괄 이관을 원칙으로, 세부 이관 내용은 지자체와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재정 이관을 위해 올해까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지자체에서는 보육 예산 이관이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고 대응 투자의 경우 교부금법에 관련 조항이 있기는 하지만 지자체는 업무가 넘어갔으니 예산도 교육청에서 부담하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시책사업은 자체 사업이어서 안 줘도 그만이다.

자율시책사업비가 이관되지 않으면 교육부가 밝힌 영유아 교육·보육 상향 평준화가 어려워질 수 있다. 자율시책사업비로 지원하는 항목에는 보육료 지원, 교직원 처우개선비, 인건비, 어린이집 운영비, 환경 개선비 등이 포함돼 있다.

지자체 예산이 이관되지 않으면 국고를 추가 투입하거나 교육청이 더 부담해야 한다. 교육청 부담이 커지면 박근혜정부 시절 불거졌던 '누리과정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 당시 정부가 유치원·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금을 교육청이 부담하게 해 반발을 샀다. 일부 시도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금을 편성하지 않아 '보육대란'이 발생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회는 전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확실한 재정 투자 없이는 질 높은 영유아 교육을 제공한다는 유보통합의 취지를 실현할 수 없다"며 "기존 복지부 예산의 확실한 이관과 유보통합의 상향 평준화를 위한 지자체 관련 예산 이관 및 국고 지원 방안이 명확히 제시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유보통합은 단순한 통합이 아니라 영유아 교육·보육의 질을 상향하겠다는 게 핵심"이라며 "지원금 성격에 따라 필수 경비에 해당하는 것은 반드시 이관될 수 있도록 지자체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jin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