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SK도 싫다"…'의대 열풍'에 밀린 첨단·계약학과

종로학원, 서울·고려·연세대 지난해 정시 합격선 분석 결과
의·치·약·수보다 낮아…9곳 중 2곳만 의약 최하위보다 높아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15일 오후 열린 EBS-한국대학교육협의회 주최 2025학년도 입시설명회. /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첨단학과도 '의대 열풍'을 넘어서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SKY) 첨단학과와 대기업 계약학과 9곳 중 의약학 계열 최하위 학과보다 합격선이 높은 곳은 2곳에 그쳤다.

17일 종로학원은 대입정보포털 '어디가'에 공개된 2024학년도 정시모집 합격점수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합격자 중 상위 70% 학생(합격자 100명 중 70등)의 수능 국어·수학·탐구영역 백분위 평균을 비교한 결과다.

자연계열 학과에서는 의대 합격선이 99.0점으로 가장 높았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의대 모두 백분위 평균이 같았다. 이어 서울대 약학과(98.5점) 서울대·연세대 치대(98.25점) 서울대 수의대(98.0점) 순이었다. 의약학 계열 중에선 연세대 약학과(96.25점)의 합격선이 가장 낮았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가 운영하는 첨단학과와 대기업 계약학과 9곳 중 연세대 약학과보다 합격선이 높은 곳은 서울대 첨단융합학부(일반전형 98.0점) 고려대 스마트모빌리티학부(96.62점) 2곳뿐이었다. 고려대 스마트모빌리티학부는 현대차와 운영하는 계약학과다.

대기업 계약학과 합격선은 고려대 스마트모빌리티학부에 이어 삼성전자 계약학과인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95.0점) SK하이닉스 계약학과인 고려대 반도체공학과(94.17점) LG디스플레이 계약학과인 연세대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94.00점) 삼성전자 계약학과인 고려대 차세대통신학과(93.58점) 순으로 높았다.

종로학원 제공

첨단·계약학과 중 합격선이 가장 높은 서울대 첨단융합학부의 경우 서울대 내에서 의대, 치대, 약학과는 물론 자연계열 최상위권 일반학과와 비교해도 다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첨단융합학부 일반전형 합격선은 수리과학부(98.50점) 건설환경공학부·바이오시스템소재학부·화학부·화학생물공학부(98.25점)보다 낮았다. 지역균형전형 합격선(96.5점)은 응용생물화학부, 조선해양공학과, 지구환경과학부, 천문학전공 일반전형과 같았다.

첨단학과는 2022년 6월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 교육부가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시작됐다.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첨단 분야 학과를 신설하거나 증원을 늘리도록 지원했다.

수도권 대학이 특정 학과 정원을 늘리려면 다른 학과 정원을 줄여야 하는데 첨단학과는 '순증' 개념으로 이를 허용했다. 첨단학과 중 계약학과는 대학과 대기업이 협약을 맺고 설립한 학과다. 졸업하면 취업을 보장하거나 우대한다.

자연계열 최상위권 학생의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의대 열풍'은 뚫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정원이 2000명 늘면서 첨단·계약학과 합격선은 더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세 대학 모두 첨단학과와 대기업 계약학과의 합격선이 각 대학 의대, 치대, 약대, 수의대보다 낮게 형성돼 최상위권은 여전히 의학계열을 선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의대 정원이 대폭 늘면서 지난해보다 더 밀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jin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