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투자로 의대생 복귀 설득…"정부 희망사항일 뿐"

"교육 질 떨어지는 일 없다"…정부, 연일 투자 확대 강조
"교육의 질보다는 증원이 근본…실질적 복귀 명분 줘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 교수, 국립대병원장 등 의학교육 전문가들과 함께 의대교육 선진화를 위한 함께차담회를 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권형진 이유진 기자 = 내년도 의과대학 증원이 확정됐지만 의대생이 수업에 복귀하지 않자 정부가 연일 '의학교육에 과감한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의대 교육의 질 강화가 의대생 복귀의 명분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정부의 희망 사항'일 뿐이라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11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 교육 선진화를 위한 함께 차담회'를 열고 "의대 교육의 질의 떨어지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대 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9월에 '의대교육 선진화 방안'을 확정하고, 학생들이 한층 더 선진화된 의학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과감한 투자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이날 의대 교수, 국립대병원장 등을 시작으로 분야별, 주제별로 차담회를 열어 의대 교육 선진화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9월 확정될 '의대 교육 선진화 방안'에는 시설, 기자재, 교육과정, 교원, 연구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 부총리에 앞서 9일에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직접 브리핑을 열어 "의학 교육을 포함한 의료개혁에 과감히 투자하고, 그에 필요한 재원을 내년도 예산안에 충실히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연일 '과감한 투자'를 강조하는 것은 의학 교육의 질을 지금보다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하며 의대생 복귀를 설득하겠다는 의도다. 의대 정원이 대폭 늘어나면서 교육의 질 하락을 우려해 수업 거부에 들어갔으니 이를 통해 수업 복귀의 명분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항의하는 의대생들. /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대학가는 '정부의 희망사항'일 뿐이라는 분위기다. 교육의 질 하락은 명분일 뿐 의대 증원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핵심인 탓이다. 내년도 모집요강을 발표하며 의대 증원 절차가 마무리됐지만 정원이 동결된 서울 지역 의대조차 학생들의 수업 복귀 움직임은 없다.

의대가 있는 서울 소재 대학 관계자는 "온라인으로 수업은 열고 있지만 몇 명이나 듣는지는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의대를 운영하는 지역 사립대 총장은 "교육의 질 해결보다는 증원이 근본적인 문제 아닐까 싶어 더 걱정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1학기가 끝나가면서 대학가에서는 사실상 이달 말이 집단유급의 마지노선이라는 우려가 강하다. 법령상으론 8월이 유급 시한이지만 실습 등을 고려할 때 이달 말이 지나면 휴학 승인을 하거나 집단 유급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

의대생 복귀를 위해서는 '교육의 질 담보'를 내세운 설득보다는 실질적인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형'(전공의)이 돌아오지 않는데 '아우'(의대생)가 돌아오기 힘든 의사 사회 구조상 대학이 학생을 설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 서울 소재 대학 총장은 "3개월 동안 학생들을 설득하고 학부모도 만났지만 전공의와 학생이 꽁꽁 묶여 있는 상황에서 대학이 아무리 노력한다고 풀 수가 없다"며 "학생들이 돌아오려면 국시 연기나 추가 시험, 2026학년도 이후 정원 조정 같은 실질적 명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jin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