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2부터 대입 의무 반영인데…서울 고교 '학폭' 4년새 최다

학폭 심의건수, 강남구 8위→4위로…자사고 크게 늘어
"대입 불이익 커지면서 학폭 심의건수 증가 가능성도"

대학입시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가 자료를 살펴보는 모습. /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올해 고2가 치르는 2026학년도 대학입시부터 학교폭력 조치사항이 필수 반영되는 가운데 지난해 서울 소재 고교의 학교폭력 심의 건수가 최근 4년 새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종로학원이 학교알리미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서울 소재 고교의 학교폭력 심의 건수는 총 693건을 기록해 전년(2022년)보다 22건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최근 4년 동안 최고치다. 2019년 1076건이었던 학교폭력 심의건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수업 등 영향으로 2020년 412건으로 감소했으나 이후 2021년 622건 등 해마다 증가 추세다.

지난해 학교폭력 심의건수는 노원구(79건)가 가장 많았고 이어 강서구(53건) 은평구(52건) 강남구(48건) 송파구(44건)가 2~5위를 기록했다. '강남 3구' 중 2곳이 상위 5에 들었다. 강남구는 전년 33건에서 크게 늘면서 순위가 8위에서 4위로 뛰었다.

고교 유형별로는 일반고가 432건으로 전체의 62.3%를 차지했다. 전년 371건(55.3%)에서 늘었다. 영재학교와 특목·자사고는 전년 42건(6.3%)에서 56건(8.1%)으로 증가했다. 특히 자사고는 전체 학교폭력 심의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8%(47건)로 2019년 이후 5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성화고·마이스터고는 244건(36.4%)에서 187건(27.0%)으로 줄었다.

상위권 학교에서 학교폭력 심의건수가 증가했다. 심의건수가 가장 많은 상위 12개 학교는 일반고 6개교, 자사고 1개교, 특성화고 5개교였다. 2022년도에는 특성화고 9개교, 일반고 2개교, 자사고 1개교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전년과 달리 강남구 자사고와 서초구 일반고가 상위 12개교에 포함됐다.

조치유형별로는 2호(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가 330건(28.5%)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3호(학교봉사) 241건(20.8%) 5호(특별교육·심리치료) 238건(20.6%) 1호(서면사과) 197건(17.0%) 순이었다.

특히 5호 조치가 전년 184건(16.2%)에서 238건으로 크게 늘었다. 처벌 강도가 높은 6호 출석정지는 53건(4.6%) 7호 학급교체는 12건(1.0%) 8호 전학은 19건(1.6%)이었고 9호 퇴학 조치도 2건(0.2%) 있었다.

학교폭력 유형으로는 언어폭력이 309건으로 전체의 33.6%를 차지했다. 이어 신체폭력 273건(29.7%) 사이버폭력 106건(11.5%) 성폭력 84건(9.1%) 강요 32건(3.5%) 금품 갈취 31건(3.4%) 순으로 많았다.

올해 고2가 대상인 2026학년도 대입부터 학교폭력 조치사항을 의무적으로 반영하면서 입시에서 불이익이 커진 것과는 대조적 양상이다.

최근 각 대학이 발표한 2026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에 따르면 대부분 주요 대학이 정시모집에서 학교폭력에 감점을 적용한다. 특히 성균관대와 서강대는 2호(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부터 전형 총점을 0점으로 처리해 사실상 불합격 처리한다.

수시모집에서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는 1호(서면사과)부터 감점 처리하거나 아예 지원할 수 없도록 한 전형도 있어 학교폭력 이력이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특히 연세대, 이화여대, 한국외대는 1호 조치만 받아도 학생부교과전형에 지원할 수 없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입시에 치명적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입시 경쟁이 치열한 지역과 상위권 일반고, 자사고 등에서 오히려 학교폭력 심의건수가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경미한 사안이라도 대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in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