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50%까지 자율 감축에도…의대생 "전면 백지화해야"

정부 '자율 감축' 수용…증원 1500여명으로 줄 듯
의료계 '시큰둥'…의대협 "대정부 요구 수용 안돼"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1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4.1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이유진 강승지 기자 = 내년도 의과대학 정원을 최대 절반 가까이 자율적으로 줄여서 신입생을 뽑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지역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정부가 수용했다.

의대 '2000명 증원 철회'를 요구하던 의료계의 요구가 일부 수용된 것으로, 향후 의정 갈등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지 주목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9일 관계 부처 특별 브리핑을 열고 "정부는 국립대 총장님들의 건의를 전향적으로 수용해 의대생을 적극 보호하고, 의대교육이 정상화돼 의료현장의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하나의 실마리를 마련하고자 결단했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의료공백으로 인한 피해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으며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국민과 환자의 요구를 무겁게 받아들여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특히 "2025학년도 입시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예비수험생과 학부모님들의 불안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과 의대 학사일정의 정상화가 매우 시급하다는 점도 함께 고려했다"고 말했다.

앞서 강원대·경북대·경상국립대·충남대·충북대·제주대 등 6개 거점 국립대 총장은 전날 대학별로 의대 증원분의 50~100%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2025학년도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건의문을 교육부에 보냈다.

총장들은 건의문을 통해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의 경우, 대학별로 자체 여건을 고려해 증원된 의과대학 정원의 50%에서 100%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건의한다"고 밝혔다.

계속된 개강 연기와 수업 거부 등으로 학사 파행이 이어지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이 이어지고 대입 전형을 확정해야 하는 대학들도 진통을 겪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건의문을 제출한 6개 지역 거점 국립대는 정부가 의대 정원을 2000명 확대하면서 정원이 가장 많이 늘어난 대학이다. 증원 인원은 △경북대 90명 △경상국립대 △충남대 90명 △충북대 151명 △강원대 83명 △제주대 60명 등이다.

이들 6개교의 의대 정원만 598명 늘었다. 건의문에 참여하지 않은 부산대, 전북대, 전남대의 증원분을 합치면 지역 국립대 9곳의 증원 인원은 806명이다.

9개 국립대가 증원분의 50%만 모집한다면 의대 증원 규모가 403명 줄어 총 증원 규모가 1600명으로 쪼그라든다.

사립대까지 '자율 감축 조정'에 동참해 50%씩만 뽑는다면 증원 규모는 1000명까지 대폭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사립대의 경우 국립대보다 증원 인원이 적은 곳이 많아 아직은 정부의 최종 발표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어서 국립대만 동참할 경우 증원 규모는 1500~1600명 선이 된다.

그러나 '2000명' 증원 규모가 과학적 근거 없이 산출된 것이라며 정부와 갈등을 계속해 왔던 의료계는 정원 조정 가능성에도 시큰둥한 분위기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비상대책위원장 겸임)은 "(큰 폭의 증원 시) 교육여건이 안 된다고 의대 교수, 의대 학장이 총장에게 계속 얘기해도 총장들은 정원만 받아두자고 독단적으로 신청했다"며 "이제 줄인다니,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꼬집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의대 교수들과 같은 입장이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는지 보여준다. 정원을 조정한다고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복귀하지 않을 것이다. 원점 재검토가 맞다는 점에 힘이 실린다"고 전했다.

의대생들도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관계자는 "저희가 제시한 대정부 요구안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증원 전면 백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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