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현장 체험학습'…사고 불안에 재판까지 부담 커진 교사들

19일 '강원 체험학습 초등생 사망' 인솔 교사 1심 공판
'학교안전법 개정' 제도 보완 촉구 한목소리

6·25전쟁 72주년을 하루 앞둔 24일 오전 경기 오산시 오산죽미령평화공원으로 현장학습을 나온 아이들이 공원을 산책하고 있다. 2022.6.24/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이유진 기자 = "현장 체험학습은 존재 자체만으로 정말 큰 부담이 됩니다. 전후 준비 과정도 힘들지만 혹시나 어떤 사고라도 나게 될 경우엔 제가 모든 책임을 지게 될까 봐 그게 제일 걱정입니다."

경기도 한 초등학교 교사 정 모 씨(31)는 최근 교사들 사이에서 학교 밖 활동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어 아예 현장 체험학습을 가지 않기로 한 학교가 많다며 이처럼 토로했다.

2년 전 강원도 속초의 한 테마파크로 현장 체험학습을 간 초등학생이 운전기사 부주의로 차에 치여 숨진 사고와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인솔 교사 2명에 대한 첫 1심 공판이 19일 오전 춘천지방법원에서 열린다.

현장에선 강원 현장 체험학습 초등학생 사망 사고를 계기로 교사들 사이 체험학습에 대한 부담과 기피 현상이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체험학습에서 학생이 다치는 등 사고가 발생하면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학교안전법)에 따라 학교안전공제회 보상이 실시돼 교사 개인에게 부여된 보상 책임은 없다. 하지만 학교 외부에서 벌어지는 일로 학부모 민감도가 심화하자 교사들의 부담감도 배가 됐다.

경기 용인의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2년 차 교사 이 모 씨(20대 후반)는 "지난해 담임 반 아이들을 정말 좋아해서 이곳저곳 다니며 체험활동을 시켜주고 싶었다"면서도 "처음 당일 체험학습을 나간 날 한 학생이 화장실을 다녀오다 자전거와 부딪혀 다쳤고, 이 일을 두고 '선생님이 부주의했다'며 전화로 민원이 들어온 뒤로는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고 했다.

전북 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사 B 씨도 "주기적으로 많이 가던 현장 체험학습을 비정기적으로 줄였다"며 "교사들이 재판받는 뉴스를 보면서 사고 불안에 학교 밖에 나가는 것을 꺼리게 됐다"고 전했다.

학교 밖 현장 체험학습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모두 인솔 교사들이 질 수밖에 없는 현 제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원 단체는 잇따라 인솔 교사들에 대한 선처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함과 동시에 교사 보호를 위한 법 개정을 촉구했다.

교총은 "불의의 사고에 대해 교사에게 무한책임을 지우는 현실을 반드시 개선하고 교사 보호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장 체험학습 사고 등 학교 안전사고 시, 교원에게 고의 중과실이 없다면 민‧형사 상 책임을 면하도록 하는 학교안전법 개정 등 모든 법·제도적 보호장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교조도 "학교안전법을 개정해 교육 활동 중 사고 발생 시 교사에 대한 소송을 기관이 대리하고, 교사에게 경과실이 있는 경우 교사가 가입된 교원책임배상보험에 의해 배상하도록 규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중과실 요건을 엄격히 규정하고 적용해, 교사가 불가피한 안전사고에 휘말린 경우 책임을 묻지 않도록 교사를 보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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